[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원소와 탄소중립

2022. 5. 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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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인간은 만물의 기본 구성물질에 대해 매우 궁금했다. 우선 인간은 신에 의해 흙(地)과 물(水)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었다. 성서 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중국의 복희씨(伏羲氏) 신화 등 고대 문명 발상지의 인간 창조 신화가 그렇게 말한다. 불교에서는 인간과 만물은 네 가지 큰 기본요소 즉,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4대(四大)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우주 만물의 구성요소를 최대한 작은 단위로 쪼개서 밝혀내려는 종교 및 철학적 시각은 동서양 문명에서 공통이었고 그것이 철학과 과학의 시발점이다. 그 공통적 요소가 지, 수, 화, 풍이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Thales)는 만물의 근원을 물(水)이라 했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다른 철학자들은 지, 수, 화, 풍의 4대 요소를 다 받아들이고 그에 근거하여 우주의 생성을 해석하려 했다.

이 4대 요소론은 17세기까지 신봉되었고 그 믿음을 깨는 과정이 근, 현대 과학의 발전사이다. 그것을 처음 깬 사람은 영국의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이며 1662년의 일이다. 그는 기체의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발표하고, 기체 또한 아주 작은 미립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발표하여, 4대 요소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근대 화학의 길을 텄다. 그 후 1750년 프랑스의 과학자 조셉 블랙(Joseph Black)은 공기의 성분으로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발견했고, 곧 이어 프랑스의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는 대혁명 직전, 공기에서 산소를 분리하고 물이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생긴 것임을 처음으로 밝혔다. 마지막 한 방은 1803년 영국의 존 돌턴(John Dolton)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를 원자(Atom)라 명명하며 최초로 현대적 원자이론을 전개한 것이다.

우주의 탄생에 관한 과학적 이론은 약 140억년 전의 빅뱅이 표준 모델이고 그에 대한 정황증거는 많다. 빅뱅 이론을 펼친 과학자는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신빙성을 공고히 했다. 빅뱅 후 우주는 두 가지 원소로 99% 채워진다. 수소가 74%이고 헬륨이 25% 이다. 이 두 원소는 응축하고 핵 융합하여 태양을 만들었고, 상호작용하여 그 밖의 천연원소들을 만들었다. 탄소도 그 중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는 약 110개이지만 그것은 인공원소를 포함한 숫자이며 그 중 천연원소는 92개이다.

지구상 살아있는 유기체의 기본 구성물질은 4대(四大)가 아니라, 수소, 산소, 질소 그리고 탄소의 4가지 원소이다. 따라서 지구상 생명체는 그 구성 원소가 모두 우주에서 온 것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소는 생물학자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소이며 대기와 땅 그리고 모든 생명체와 고분자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 있다. 특히 모든 생명체의 기본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탄소원자의 다양한 결합의 산물이다. 인체에서 탄소는 18.5%를 차지하며 산소 다음으로 많은 원소이다.

46억년 전 지구가 생긴 후 처음 10억년은 아무 생명체도 없는 그야말로 불덩어리 지옥이었다. 지구가 차츰 식어가자 질소, 수소, 인 그리고 탄소 등의 원소가 상호 결합하여 메탄과 암모니아 등의 분자들이 생성되었고 거기에 수증기가 혼합되었다. 그것을 ‘원시 스프’라 하고 그것에 번개와 같은 열이 가해졌다. 그런 상태가 반복되면 거기에서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아미노산이 생성된다는 것을 1953년 시카고 대학의 스탠리 밀러라는 대학원생이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단세포 유기체는 지구에서 30억년을 살면서 박테리아와 지금의 다세포 유기체 즉 생물로 진화하였다.

단세포 유기체에서 진화한 녹조류와 조류(藻類) 그리고 지상의 미생물은 광합성을 하여 지구의 대기에 산소를 점차 불어넣었다. 4억 5000만년 전부터는 대형 식물들이 지상을 덮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산소의 양은 증가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소화물을 만들어 산소와 함께 동물에게 공급하고, 동물은 다시 그의 폐기물 이산화탄소를 식물에게 주는 생태계의 순환을 지난 긴 세월동안 균형 있게 해왔다. 균형 있는 질소의 순환이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듯이, 대기, 바다 그리고 지상과 지하에서의 탄소의 순환 또한 균형을 이뤄야 환경과 생태계가 안정된다. 이제 대기 중에 증가한 탄소의 양이 지구의 모든 생물을 위협하고 있다.

적어도 인류의 출현 이후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총량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즉, 식물이 소진하는 이산화탄소와 동물이 내뿜는 양은 같아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니, 그 아래의 생태계는 안정적이었다.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과 산림의 파괴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심각한 현실이 되었다.

대기의 성분은 산소와 질소가 99%를 차지하고 있고, 이산화탄소는 2014년 기준 세계 평균 0.04%(400 ppm) 안팎이다. 이는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의 280 ppm과 비교하면 43% 급증한 것이다. 그에 따라 지구의 평균온도는 섭씨 1도 상승했으며, 이대로 가면 2030년이나 그 이전에 산업혁명 당시 대비 1.5도 상승한다는 국제 보고서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안면도에서 측정한 연평균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369ppm이었으나, 2020년에는 420 ppm이니 그 증가 속도의 심각성을 알 만하다.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흡수를 플러스, 마이너스 하여 제로(Zero)로 하자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120개 국가와 우리나라는 조약과 법제화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ESG 경영’ 이라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와 압력에 탄소중립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가능 여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언론에 보도된다.

각 기업의 중점 추진사항은 전력 사용량 절감, 재생 에너지 사용 및 원료 전환 또는 온실가스 절감 설비투자 등으로 정답은 쉽게 나와 있지만 구체적 실행은 부담되는 것들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은 2050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달성을 위해 제정되었지만, 그 수단은 뻔한 것이고 신사업 추진과 혁신적 기술 개발은 늘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아 있다. 따라서, 탄소절감의 핵심수단인 CCUS(포집, 활용 및 저장;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관련, 규제 완화 및 적극적 기술개발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구상 생물은 우주가 품고 있는 원소를 몸에 받아들였고 독성없이 허용할 수 있는 원소의 양이 지각에 존재하는 원소의 양에 비례하도록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자연이 만든 환경에 딱 맞도록 균형 있게 세팅 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200년 동안 지하에 있던 탄소를 끄집어내서 태운 결과로 이 균형이 깨진다면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은 그런 급변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벌지 못해 스스로 도태 될 수 있다는 것이 46억년 지구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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