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후보자 말대로 인사추천실명제 도입하면 어떨까

장슬기 기자 2022. 5. 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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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원시절 인사추천실명제 도입 법안 대표발의
공직인사추천과정 개선요구 차원, 의혹 쏟아지는 김승희부터 추천자 책임있게 밝혀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흐른 지난 2017년 9월14일, 당시 김승희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인사추천실명제를 도입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해당 법안을 보면 김 의원은 제안이유로 “제대로 된 인물이 공직에 기용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참다운 봉사를 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높은 열망에도 부적격자가 국가 주요공직 후보자로 추천되는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어 공직인사추천 과정에 대한 개선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제시했다.

해당 법안은 “인사청문회법에 임명권자 또는 지명권자가 해당 공직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추천을 받았는지 등 그 경로를 소상히 밝히는 인사추천이력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는 인사추천실명제를 도입해 책임있는 인사추천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공직후보자를 추천한 사람의 이름, 지위·직급·직업, 추천방법(구두에 의한 방법 포함), 추천일시, 추천사유, 해당 추천을 접수한 사람의 이름, 그밖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사항 등을 기재해 밝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에는 총 25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철규·김도읍·박성중·조경태·이채익 등 현 국민의힘 의원들도 있다.

▲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노컷뉴스

약 5년뒤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김승희 의원은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각종 의혹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19년 10월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증상을 앓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후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다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당했다. 31일자 뉴스1코리아 보도를 보면 김 후보자는 2020년 2월19일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점잖은 척하지 마세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시고”, “정말 가증스러운 그런 얘기” 등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여러 건이다. 김 후보자의 장녀와 모친의 갭투기 의혹이 각각 제기됐고, 농지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다. 또한 31일자 아시아경제 보도를 보면 김 후보자의 모친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아파트를 압류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의 병역도 논란이다. 2016년 6월 관보를 보면 김 후보자의 장남은 신체검사에서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는데 질병명을 비공개했다.

김 후보자 경력 관련 이해충돌 비판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 끝난 지 두달 만인 2020년 7월부터 법무법인에 근무했는데 식약처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 등을 거친 김 후보자가 바이오·제약·헬스케어를 전문으로 내세운 법무법인에 근무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이해충돌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기조와 다른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국민연금 개혁의 보험료율 인상과 아동수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보험료율을 높이면 “들끓는 민심이 재난 수준의 폭염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가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아동수당에 대해선 “주식부자 어린이도 받는 무차별 아동수당, 퍼주기식 묻지마 복지”라고 평가했다.

▲ 31일자 경향신문 만평

31일 경향신문 만평에는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이럴 거면 난 왜 안되는데?”라며 김 후보자를 쫓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김 후보자도 “갭투기·이해충돌·막말, 온갖 의혹들”이 있는데 정 후보자와 달리 적격인사가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는 내용을 다뤘다.

따라서 전임 지명자인 정 후보자와 비교할 때 크게 나을 것 없는 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면 누가 이러한 인사를 추천했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야당이 되면 정부의 인사를 무작정 비판하고 여당이 되면 수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도 국민 눈높이에 들어맞는다고 보긴 어렵다. 원래 '인사추천실명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 이를 야당이던 한국당(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했으니 여야 합의에도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김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에 오른 만큼, 추천한 인사를 밝혀 책임있는 인사 추천 제도화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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