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시리즈 남발·권한 밖 약속..교육감 공약 꼭 살펴보고 가세요

김제림,전형민 2022. 5. 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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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우려 교육감 선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까
17곳서 57명 후보 출마에도
유권자 60% "지지후보 없다"
지역 특화 공약여부 살피고
재원 막대한 교육 복지공약
실현 가능성 있는지 따져야
초중고 현장경력도 참고를
학교 인권 중요시하면 '진보'
학력강화 필요하다면 '보수'

◆ 6·1 교육감 선거 ◆

교육감 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의 선거벽보가 나란히 게시돼 있다. [이충우 기자]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지 15년째인 이번 8회 교육감 선거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깜깜이 선거'다. 총 17개 시도에서 후보 57명이 나오지만 현역 교육감조차 인지도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에 비해 낮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기간 전 조사에서 1위를 한 후보조차 20%대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아예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하거나 무응답 비율이 60%가 넘는 곳도 있다.

진보와 중도, 보수 등 각 진영을 표방하는 후보들이 3파전을 벌이는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 지난 23~25일 KBS·MBC·SBS 방송국 3사가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10명 중 6명(62.2%)은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하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후보만 5명이 출마해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강원도교육감 선거 역시 부동층 비율이 50%를 웃돈다. 코리아리서치에서 지난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 신경호 후보가 17.5%로 가장 앞섰고 유대균 후보(9.9%), 강삼영 후보(7.3%), 문태호 후보(5.2%) 등이 뒤를 쫓았지만 '없다'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절반(55.8%)을 웃돌았다.

한 해 예산만 19조원을 웃도는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깜깜이 선거가 될 전망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일찌감치 중도·보수 단일 후보로 추대된 임태희 후보가 27.3%, 성기선 후보가 20.7%로 조사됐다. 반면 부동층은 40.9%로 두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섰다.

교육 전문가들은 깜깜이 선거지만 기권하지 말고 투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 세대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교육감이란 직책을 생각하면 투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기호도 정당도 없기 때문에 후보들이 준 공약집을 꼼꼼히 보고 후보 이름을 외워 가서 투표해야 한다. 강원이나 세종에서는 후보 6명이 나오는 등 후보 수도 많기 때문에 후보를 결정하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일 필요가 있다. 미래 교육을 생각해서 투표를 안 할 수도 없고 어떤 기준으로 교육감을 뽑아야 할까.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중점적으로 파악해서 투표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공약집 중 가장 신경 써서 봐야 할 것은 실현 가능성, 교육복지의 적절성 등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역 특화 공약이 있는지, 학교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공약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실현 가능성 부분은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는 교육감 의지만으로 성사시키기 어려운 공약이다. 학교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용지 확보가 쉽지 않고 과밀학교라면 공간 문제 때문에 학급 수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유지도 2025년 이후에는 지역 교육감의 재량 밖이다. 이들 학교 설립과 운영 근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이 2025년 폐지되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를 전국적으로 존치시킬지는 교육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같은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권도 교육감은 없다.

이번 선거에는 아침 급식, 교육기본소득 등 많은 교육복지 공약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복지를 중요시하다 보면 교육 환경 개선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또 교장공모제 등 학교 현장의 조직·인사와 관련된 공약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볼 필요도 있다. 후보들이 지역 실정에 맞는 지역 특화 공약을 내놓는지도 봐야 한다. 가령 중·고등학교 무상통학 지원은 읍면 지역에서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약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교육 강화도 후보 공약 중 눈여겨볼 부분이다. 다수 후보들이 디지털 교육 강화를 외치며 스마트 기기 전면 보급을 약속하는 후보도 있지만 디지털 기기 노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후보들 공약 중에서 이 사안에 대한 차별점도 투표장에 가기 전 고려해볼 만하다.

교육감 후보들의 경력은 거의 비슷하다. 현직 교육감이나 교사·교장 경력이 있거나 대학교수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현직 교육감 13명이 출마한다. 현직 교육감의 교육 정책에 찬성하면 그 후보에게 투표하면 된다. 교사 경력이 있거나 교·사대 교수라면 현장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직군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 우려도 있다. 또한 정치인 출신의 교육감은 갈등 조정 능력은 우수하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해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를 잘 모를 수 있다는 단점도 있으니 투표할 때 참조하면 된다.

부산, 대구, 울산, 경기, 경남, 충북, 제주 지역은 진보 또는 중도·보수 단일화가 이뤄져 유권자들의 선택이 비교적 쉽다. 경쟁·수월성 교육을 지양하고 학교 현장에 인권·노동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진보 교육감에게 표를 던지면 된다. 반대로 교육 현장엔 학력 강화를 위해 평가와 경쟁도 필요하고 문재인정부의 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라면 보수 교육감에게 투표하면 된다.

[김제림 기자 /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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