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카카오도 도입한 메타버스 근무..사무실 대체할까?

옥기원 2022. 5. 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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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보다 소통 쉽고 일처리 속도↑
출퇴근 시간 절약, 지방 이사 직원 늘어
메타버스 서비스, 임대업 사업도 확대
근무형태 차별, 보안 유출 문제 우려
부동산 플랫폼 기업인 직방의 직원들이 지난 20일 문을 연 메타버스 공간 소마(Soma)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직방 제공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해 내 아바타를 움직여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동료를 로비로 불러내 화상 티타임을 하고, 팀원들과 회의 공간에 모여 새 기획안에 대한 영상 프리젠테이션도 진행한다. 각자 다른 물리적 공간에 있어 자칫 해이해질 수도 있지만, 메타버스를 매개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일을 한다.

카카오가 오는 7월부터 주요 계열사에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확산된 온라인 원격근무 제도가 일반 기업들까지 보편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원격근무가 늘고 있는 것을 넘어, 가상 사무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원격근무 서비스 사업자까지 등장했다.

31일 관련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젊은 개발자 직원 비중이 높은 정보통신기술 기업과 게임 업체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원격근무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직방은 서울 강남역 인근 본사를 없애고, 최근 메타버스 공간 안 가상오피스 ‘소마(Soma)'에 새로 본사를 마련했다. 가상오피스에선 아바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얼굴을 비추는 화상 캠이 떠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회의 공간에선 영상 창이나 이미지를 띄워 공동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서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웃거나 박수치는 이모티콘을 활용할 수도 있다. 대면 만남과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도권 50여개 거점 오피스를 활용할 수 있다.

게임업체 컴투스도 개인 생활과 기업 업무를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컴투버스’를 지난해 말부터 시연 중이다. 컴투버스에선 출퇴근 및 스케줄 관리 같은 기존 인트라넷 정보 공유 기능과 근거리 화상 대화와 프레젠테이션 회의 등 메타버스 근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시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해 올해 말까지 직원 25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컴투버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 원격근무가 늘면서 가상 사무 공간을 임대하거나 원격근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직방은 자체 개발한 소마를 국내외 다른 기업에도 임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워홈과 에이아이에프(AIF) 등 20여개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아직 임대료는 받지 않고 있다. 아워홈 메타버스 사무실은 현재 고객상담센터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고, 향후 야간 업무 위주인 물류배송센터 직원들도 가상 사무실에 입주할 예정이다. 엘지(LG) 유플러스는 최근 유플러스(U+) 가상오피스 플랫폼을 구축해 화상업무나 개인면담 등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타버스 원격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은 “단순 재택근무와 달리 소속감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고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관리자들도 “재택근무 초기 근태 관리와 신속한 업무지시가 어려웠지만, 메타버스 근무로 실시간 업무 대화가 가능해져 일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사무실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면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기업 입장에선 사무실 임대 비용을 줄이고, 지방이나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직방은 “메타버스 공간으로 본사를 이전한 뒤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긴 직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윤정혜 직방 홍보팀 차장은 “강원도나 경기도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긴 직원들도 있다”며 “최근엔 국외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등 국적과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메타버스 근무를 제조업과 물류업 등 모든 직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직원 차별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기업 보안 유출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의 경우 메타버스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음성을 켜놓고 오후 1시~5시까지 집중 근무를 해야 한다는 계획이 가상 공간의 근무 유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커져 구체적인 근무 방식의 세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플랫폼 기업 노조 관계자는 “사내 모든 직군에 메타버스 근무를 적용하기 어려워 근무 형태에서 차별이 발생할 수 있고, 내부 보안 정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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