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년들 '광주는 무조건 파란색? 아니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관심과 구애에 광주시민들도 조금씩 호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남매일과 남도일보, 광주매일, 광주드림, 광주불교방송이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1~22일 광주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광주시장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19.0%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응답률 7.8%,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광주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만 22세의 최연소 기초의원 예비후보 정현로 씨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20대 후보 3명이 출마하기도 했는데요.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의 전국적 증가와 더불어 광주에서도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광주의 정치 풍경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생활하는 2030세대 6명의 청년들과 광주 정치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색깔 정치 끊어내자' 청년들이 느끼는 지역주의 변화
인터뷰에 나선 여섯 명의 청년들은 광주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박세은 씨(24)는 "대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대선 전후로 민주당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글이 훨씬 많이 업로드되는 것을 보며 확실히 이대남이 늘어나고 있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 지역 12.7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보수정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른 김민준 씨(25)와 이주섭 씨(26)는 지난 제20대 대선 결과에 대해 각각 "북한, 코로나 문제 등의 부분에서 대책이 미흡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의 영향이 크다", "과거 보수 정당들이 호남에 보였던 무관심과 달리 이번에는 당 대표가 직접 관심을 보이는 등 태도에 변화를 준 게 컸다"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 씨는 5·18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거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광주에 들러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거 보수 정당을 겪었던 부모 세대, 기성세대들이 쉽게 보수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이 이해된다"며, "기성세대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다음 세대인 우리부터 보수 정당의 변화를 제대로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대학생 A씨(23)는 광주의 보수 지지율과 대구의 진보 지지율이 증가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한계점이 있다면, 보수층이 거의 20대 남성에 그친다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당 행보, 후보 역량, 정책 등.. 청년들의 후보 선정 기준은?
지역주의 변화 속 지역 청년들의 후보 선택 기준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인 B씨(29)는 정책들을 주로 살펴본다고 말하며 "특정 정당, 여소야대 등 국회 구조와는 상관없이 그 정당들이 나의 생각과 부합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지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당의 방향성이나 기조 등을 우선으로 살핀다는 박세은 씨(24)는 "예를 들어 성별 갈라치기를 정치적 전략에 이용하는 행태라든지, 성별·세대 간 혐오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이 있다면 그 당에 몸담은 후보자 역시 선택하고 싶지 않게 되는 것 같다"며 의견을 밝혔습니다.
후보 개개인의 역량에 집중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A씨(23)는 부모님의 영향, 그동안 배운 지역의 역사 등으로 자연스레 특정 정당으로 정치색이 생겼던 경향이 있지만, 스스로 판단 기준을 세우기 위해 후보들의 발언과 행동 등의 행보를 살피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민준 씨(25)는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까 내가 사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후보를 뽑고자 한다"며 특히 후보의 이미지, 공영, 인품까지 고려하고 나서 출신 상관없이 투표를 행사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후보의 청렴함, 진정성, 소신과 능력을 본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공약은 ○○○입니다'
광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KOSIS 국가통계포털 주민등록인구현황 '시군구/성/연령(5세)별 주민등록연앙인구'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광주광역시 청년(만 15세~34세) 인구수가 매년 5~7만 명씩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일자리 문제, 문화 인프라 등 다양한 청년 인구 감소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원동력이 될 광주 청년들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광주광역시장 후보들의 주요 공약과 관련해 관심이 가는 공약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대부분 청년들은 일자리, 주거 관련 공약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세은 씨(24)는 '광주 청년 일자리 보장제 도입'을 관심 가는 공약으로 언급하며 "민간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은 광주의 상황을 고려하면, 공익성을 띠는 공공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거에 대한 지원 확대를 관심 공약으로 언급한 B씨(29)는 "사람은 자신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을 때 본인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것 같다"며 청년들의 경우 주거 공간 확보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의 도시'라 불리는 광주가 이름에 걸맞지 않은 듯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김민준 씨(25)는 "광주가 문화도시인만큼 연극과 전시회 등이 많이 유치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즐길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청년들도 광주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지난 대선 광주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대형복합쇼핑몰' 공약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복합쇼핑몰 공약에 대해 이주섭 씨(26)는 "광주에 일자리가 없어 떠나고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수치를 찾아보지 않으면 잘 와닿지 않는데 대형복합쇼핑몰이 없는 건 광역시 중 광주밖에 없어서 눈에 띈다"며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공약이라 관심이 갔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정치 향방에 대해 목소리를 더한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서재민 씨(23)는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나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탁상공론만 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체험해보거나 직접 물어보는 등 노력이 더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A씨(23)는 정치인들이 5·18민주화운동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5·18을 무기화해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반감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서은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조민주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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