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임금피크제..들썩이는 노조, 우려하는 기업
타 기업 확산 가능성..재계 "소모적 법적분쟁 우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정년연장과 업무감소가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임금피크제의 폐지·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재계는 소모적인 법적 분쟁 제기와 그로 인한 노사 갈등을 우려하며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임금단체협상을 앞둔 SK하이닉스 사무직 노조는 지난 30일 단체협상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노조들의 임금피크제 관련 요구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KB국민은행 노조도 임금피크제에 대한 소송 제기를 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이같은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동일한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해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년까지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가 많은 조선·철강·자동차 업계도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노조들의 움직임은 이번 임금피크제 논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을 지렛대로 삼아 임금피크제 조건을 재협상해 최초 삭감 연령을 높이거나 삭감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와의 단체협상에서도 이를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사측을 압박해 전체 협상을 좀 더 유리하게 만들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기존 57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58세부터 고정임금을 줄이는 내용의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최근 대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준 판결은 '정년 보장형' 임금피크제에서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임금을 줄인 것으로, SK하이닉스의 제도와는 결이 다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른 내용의 제도인데 이름만 같다는 이유로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건 뭔가 다른 생각이 있어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번 사례 같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위법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여러 노조들이 주장하는 무조건적인 '임금피크제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 27일 서울남부지법도 정년을 연장하면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냈다.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노조의 실제 초점은 제도의 전면 폐지보다는 임금 삭감률 축소 등에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재계에선 임금피크제 자체가 아니라 이번 판결을 계기로 증가할 소모적인 법적 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약 53.6%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도 중소 로펌을 중심으로 이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 이후 수원의 한 로펌은 블로그에 "임금피크제의 합리적이지 않은 점을 입증하면 승산이 있다"며 "임금피크제 단체소송을 모집 중"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10일 '임금피크제 분쟁, 쟁점 이해와 기업의 대응방안' 웨비나를 여는 등 늘어날 분쟁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들은 고용노동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등 신중한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한 만큼 기업별 상황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며 "무리한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할 경우 그로 인해 커지는 노사갈등이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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