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험능력주의는 '노동자 안 되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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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능력주의 극복 없이 정의와 형평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 수 없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 사회학자로 꼽히는 김동춘(63)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신간 '시험능력주의'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며 "엘리트층에 과도하게 적용되는 시험능력주의와 노동자 안 되기가 맞물리면서 입시 병목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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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능력주의 극복 없이 정의·형평 구현 못 해"
"시험능력주의 극복 없이 정의와 형평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 수 없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 사회학자로 꼽히는 김동춘(63)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신간 '시험능력주의'를 출간했다. 한국 사회의 모순을 성찰하는 사회비평서를 다수 펴낸 김 교수가 이번에는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불평등이 정당화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해부했다. 그는 3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서교사옥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한국은 '시험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그 자녀도 좋은 학교를 보내서 지위까지 세습하는 나라가 됐다"고 꼬집었다. 책은 입시와 고시 등 선별 기제를 통과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특혜를 시험능력주의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시험능력주의와 관련된 병리적 사회 현상이 변형된 노동문제임을 짚어낸다.
집필의 직접적 동기는 2015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과 그 이후 발생한 여러 특성화고 학생들의 비극적 산재 사고였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며 "엘리트층에 과도하게 적용되는 시험능력주의와 노동자 안 되기가 맞물리면서 입시 병목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등직업교육의 정상화와 노동자에 대한 좋은 대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2017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청년층의 반발을 빚은 소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 사태의 원인도 고용 불안에서 찾았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고용 불안 가운데 밥그릇을 나눠 갖는 데 대한 두려움과 함께 기득권 지키기의 한 과정으로서의 문제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이 같은 담론이 나올 것을 예상 못 한 당시 정부의 정책도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책은 수도 없이 나왔지만 김 교수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대학 입시로 대표되는 1차 선별 이후의 누적효과를 줄이고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 기업 채용과 관료 선발 등 2차 선별 과정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녀 스펙 부풀리기를 비롯해 지위 독점을 도모하는 지배 집단에 대해 혹독한 징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아이들을 무조건 사교육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교육 문제의 중층성과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시험능력주의 이면에 있는 청년과 아이들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큰 잘못"이라고 역설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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