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삶에 '해방의 길' 터준 '나의 해방일지'..왜 추앙받았나
직장·집·가족 현실적 서사 큰 호응
구씨 연기 '손석구 신드롬' 등 한몫
"자존감 채우면 관대해진단 교훈얻어"
"인생 별거 없다는 사실 깨닫게 해줘"
초반 혹평 딛고 회 거듭할수록 호평
드라마 문법·삶에 대한 고정관념 깨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로 ‘인생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유행시킨 박해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삶의 쓴맛이 담겨 있는 설정과 여러 명대사로 시청자 심금을 울렸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쉬운 드라마가 아니다. 그래서 해석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드라마”라며 “그럼에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 이유는 ‘저런 공감 가는 인물들,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나도 저런 답답함이 있는데’라는 마음을 끄집어낸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여느 드라마와 결이 달랐던 ‘나의 해방일지’를 또 다른 ‘산포마을’ 보통사람이 어떻게 진심으로 ‘추앙’했는지 몇몇 시청자들 이야기를 들어 봤다.
◆‘나의 해방일지’가 특별한 이유

‘구씨앓이’를 유행시킨 손석구 연기와 박해영 작가의 공력도 ‘나의 해방일지’를 ‘추앙’하게 만든 동력이었다. 46세 여성 곽모씨는 “해방, 추앙, 축복, 환대 등 기독교적 용어의 핵심을 어떤 종교적 거부감도 들지 않도록 잔잔한 대사와 행동으로 극 중에서 잘 녹여 낸 것이 역시 박해영 작가구나 싶었다”며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특유의 눈빛과 몸짓, 말투로 극대화해 낸 ‘구씨’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를테면 ‘전원일기의 현실판’인데 겉으로 드러난 감정이나 표현만으로 듣는 대사와 곱씹어서 듣는 대사가 다르다. 사회생활을 많이 한, 4050세대가 그런 점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씨네 삼남매와 아버지 염제호, 어머니 곽혜숙, 그리고 동네친구들과 회사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모두가 크고 작은 이야기와 개성을 지닌 인물로 시청자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허수’가 없는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인물’로는 편의점 본사 대리로 허덕이며 살아갔던 염창희가 인기였다. 그야말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진짜 주인공’이란 시청 소감이 많았다. “비싼 차를 향한 갈망, 승진 욕구 같은 세속적 욕망을 넘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보여 줬다. 현실의 벽에 번번이 부딪혔지만, 좌절하고 남 탓 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탈의 경지까지 오르는 염창희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진정으로 해방된 캐릭터가 아닌가 했다.” (김민정씨)
중견기업에 재직하는 39세 서울 목동 주민 김모씨도 “염창희가 가장 마음이 갔다. 뭔가 툴툴대면서도 자기 할 일은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마음이 갔다. 특히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와 했던 대화가 기억이 난다. ‘언제까지 쉴 거냐’고 묻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밖에 나가서 열심히 살았고 좋은 소리 들으면서 일했다… 아들이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수고했다는 말도 못해 주냐. 아빠는 늘 그런 식이냐’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난다”고 시청 소감을 밝혔다.

‘억지춘향’ 격으로 해야 하는 사내 동아리 활동 때문에 탄생한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시청자도 자신만의 해방일지를 적어 내려갔다. ‘당신의 해방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책임감으로부터의 해방’ ‘인간관계로부터 해방’ ‘나 자신을 사랑하기’ 등 다양한 답안이 제시됐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게 해방의 시작인 듯하다. 현재 이 상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지 않나. 인간은 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니까. 그걸 깨뜨려야 해방되지 않을까.” (김민정씨)
“이 시대 외곽으로 밀려 지지부진해 보일지라도 나 스스로 가치를 높인다면 진정한 해방을 맞을 수 있겠다. 누가 뭐라 해도 나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해 줘야겠다.” (황정아씨)

보는 시각에 따라서 여러 해석이 가능했던 ‘나의 해방일지’는 평론가에게도 분석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특히 기존 드라마 문법뿐만 아니라 모두가 지닌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 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덕현 평론가는 “인간을 싫어하고 혐오한다는 구씨도 염미정 덕분에 자신의 벽을 깨고 해방의 길을 걷는다. 아버지도 ‘니들이 나보다 낫다’면서 평생 노동을 하며 갇혀 있던 삶의 벽을 부인이 죽고 나서야 깨고 나온다”며 “시청자는 역시 일반적 드라마 문법에 갇혀 ‘등장인물이 결혼하면 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틀을 작가와 연출이 깨려고 노력했고 여기에서 시청자들 역시 해방감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마음에 와닿는 대사가 없었던 경쟁작에 비해 ‘나의 해방일지’는 ‘스타파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시청률이 갈수록 붙었다”며 “처음에는 ‘해방일지’라는 이름 자체도 와닿지 않고, 원거리 직장인의 삶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보니까 직장생활만이 아니고 가족, 연인 등 4050세대의 총체적인 삶을 다뤄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다. 자극적인 장면을 사전에 배치하는 것도 아니고, 담담하게 보여 주는 상황인데, 갈수록 이해하게 되는 폭이 넓어졌다”고 이 작품이 보여 준 가치를 설명했다. 기승전결이나 장르극 파격에 집중했던 기존 드라마 문법과는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문화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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