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제동에..여권내 특별감찰관 논쟁 일단 진화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를 놓고 여권내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6·1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통령실발로 특별감찰관 임명 보류 소식이 흘러나오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잇따라 공개적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최근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나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 철회 과정에서 당이 목소리를 높인 것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집권 초반부 여권내 파워게임과 맞물려서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혼선은 30일 대통령실 내부에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제도를 재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오후 브리핑에서 "이전 정권과 여건이 달라졌다.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언론 보도를 사실상 확인하는 답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실이 민정수석실을 없애 '사정 컨트롤 타워' 기능을 내려놓은 만큼 굳이 특별감찰관 제도를 운영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른바 윤핵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장 의원은 같은 날 밤 SNS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은 그 어느 정권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며 "국회가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는 데 법을 무력화시킬 분이 결코 아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장 의원은 당내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와 관련한 대통령실발 언론 보도를 두고 "선거를 앞두고 의도된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에 의해 나온 얘기라면 대통령실 또한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분발을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다른 견해를 나타낸 것을 넘어서서, 공약과 엇박자가 나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익명의 '대통령 측근'을 인용, 윤 대통령이 "국회 입법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며 상반되는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라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임명 내지 폐지 여부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도 31일 6·1 지방선거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특별감찰관 3명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는 여야 간에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전제로 "법을 폐지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이상 선거 이후 법에 따라 추천 절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법에 의해서 임명하게 돼 있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해온 입장"이라며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선 공약의 하나였던 특별감찰관 문제가 공론화했다가 자칫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당 차원에서 재빨리 상황 정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대통령실이 자체적으로 입장을 재정리하면서 논란을 진화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취재진에게 "답변 과정에서 혼선을 드린 점을 알고 있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마치 특별감찰관제 폐지를 전제로 말씀드린 것 같아 혼선을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전날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언급한 기조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윤 대통령이 법에 따라 1명을 지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이 폐지 관련 논의를 하는 것과 별개로 특별감찰관 문제가 여야와 조율을 거쳐야 하는 입법 사안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선 권 원내대표 입장과 궤를 같이한 것이기도 하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분발을 기대한다'는 장 의원의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분발해야죠. 분발할 것이고…"라며 "양쪽이 다른 의견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혼선은 저희의 실책이다. 그 점에서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선 조직이 대통령 의중을 전달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여당 의원들이 비선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정과 대통령실이 한 몸으로 움직이기에 '여권'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여당 의원은 비선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특별감찰관이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견제하는 최적의 제도인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위한 야당과의 합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행정부가 달라진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제도가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별감찰관 제도 존폐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기존 특별감찰관제의 효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관해 "법이 존재하는 한, 실효성 제고 방안이 어떤 게 있을지도 함께 민주당과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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