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반품 논란 명품 스타트업 '울상' Vs 전통 패션 기업 '방긋'

백주아 2022. 5. 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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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머스트잇·트렌비 3사 공정위 조사 받아
외형 성장 집중 적자폭 확대 지속가능성 의문
잇단 논란에 소비자 신뢰 흔들려
SSF샵·더한섬닷컴·SI빌리지 등 승승장구 온라인 강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 명품 패션 플랫폼 3사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병행수입·구매대행 등 유통 구조에 따른 가품 우려가 늘 상존하는데다 반품비 과다 청구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등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 패션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란 모델 배우 김헤수. (사진=발란)
31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을 시작으로 머스트잇, 트렌비는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받았다. 논란은 발란에서 시작됐다. 발란에서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 중인 보테가베네타 카드 지갑의 경우 판매가가 41만원이지만 반품비는 30만원에 이른다. 해외 상품을 주문 후 배송 전 구매를 취소해도 수십만원에 이르는 반품비를 내야하는 만큼 사실상 소비자들이 반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정위는 발란의 소비자 청약 철회권 침해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조사는 동종 업계인 만큼 비슷한 분쟁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중개 판매 안내에 대한 고지 여부 등 시장 내 상위 기업의 실태 점검과 진단 차원으로 공정위 조사관에 무리 없이 소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발란은 지난달 유튜브 채널인 ‘네고왕’에 출연해 17%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홍보하고 가격을 올린 꼼수가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다. 발란은 할인 적용 과정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결과로 결제 금액 등은 일괄 보상 또는 부분 취소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머스트잇 모델 배우 주지훈. (사진=머스트잇)
코로나 이후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시작된 보복 소비로 명품 플랫폼 3사 매출은 급증했다. 벤처확인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발란의 지난해 매출은 522억원으로 전년(243억원) 대비 114.8%, 트렌비 매출은 217억원으로 전년(171억원)비 26.9%, 머스트잇 매출은 199억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65.8% 증가했다. 매출이 늘면서 마케팅 경쟁도 본격화됐다. 3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비로 트렌비는 300억원, 발란은 191억원, 머스트잇은 134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에 집중하면서 영업적자 폭은 커졌다. 트렌비의 영업 손실은 102억원에서 330억원, 발란은 64억원에서 186억원 규모다. 머스트잇은 2020년 14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00억원 적자를 냈다. 3사 합산 적자 규모는 600억원이 넘는다.

▲트렌비 모델 배우 김희애. (사진=트렌비)
투자 업계를 중심으로 명품 플랫폼 3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반대 급부로 전통 패션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 플랫폼의 경우 제품의 가격이 아무리 싸도 가품·반품 이슈를 비롯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만큼 다소 비싸더라도 맘 놓고 믿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여러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소비자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 삼성물산(028260)이 운영하는 SSF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1200억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069960)의 패션 부문 한섬의 온라인 사업부 매출은 29% 증가한 1066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 매출은 30% 증가한 7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들 플랫폼에 입점한 제품은 모두 단독 수입 형태나 판권을 보유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가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에 엔데믹 시기에도 패션 대기업들은 온라인 전략을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대기업의 경우 병행수입과 구매대행에서 벌어지는 이슈가 나올 일이 없다”며 “스타트업 간 출혈 경쟁 문제를 비롯해 단기간 외형 성장을 이루며 쌓은 여러 악재들이 이제와서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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