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시행령, 국무회의 의결..논란 속 강행
야당, 한동훈에 "무소불위 권력 탄생" 반발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공직자 검증을 맡기는 안건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 권한 비대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관련 시행령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면서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이 임박했다. 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무소불위 권력의 탄생”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책 일부개정령안’과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상정·의결했다. 공직자 검증 기능을 맡았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되면서, 그 기능을 법무부 내 신설하는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단장 포함 20명으로 구성된다. 검사는 최대 4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은 윤 대통령이 구상해 온 인사 검증 시스템 재편의 일환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다. 인사 검증 기능은 법무부와 경찰로 이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사 정보가 대통령실에 집중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비서실은 정책을 주로 해야지 사람 뒤를 캐는 건 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 산하에 두면서 법무부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을 통제하는 법무부가 인사 정보·검증과 수사·기소까지 모든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아우르게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수장이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장관이라는 측면에서 우려가 특히 크다. 비검사 출신을 단장에 임명하고, 장관에게 검증 과정은 보고하지 않고 결과만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인사정보관리단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한 장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여전하다. 한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사 검증 영역이 내밀한 비밀 업무에서, 통상 감시받는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속전속결로 설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을 두고 초기부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입법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밀어붙였다. 지난 24일 입법 예고부터 이날 국무회의 의결까지 일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르면 다음달 7일 대통령령 관보 게재까지 이뤄지면 인사정보관리단은 가동된다.
야권은 반발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군사 정권 시절 장세동, 차지철, 김형욱 이런 사람들의 권력을 합친 것과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정부세종청사 앞 유세에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소, 권한쟁의 소송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인사정보관리단 국무회의 의결은 ‘검찰공화국’ 완성을 위한 화룡점정”이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우려와 야당의 경고도 무시한 채 독주를 강행한다면 한 장관 해임 건의안을 검토하겠다고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동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법적으로 인사검증 권한도 없는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 검증 기구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명백한 정부조직법(제32조) 위반이라는 것을 강력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심진용·박광연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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