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교육은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시험 능력주의'의 폐해를 성찰하다

김지혜 기자 2022. 5. 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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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능력주의의 실상을 구조적이고 성찰적인 시선으로 해부한 사회비평서 <시험능력주의>를 펴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31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창비 제공

“지금 한국은 ‘시험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그 자녀도 좋은 학교 보내서 지위까지 세습하는 나라가 되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신간 <시험능력주의>(창비)에서 지금의 한국을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나라’로 규정한다. 전 세계로 확산된 능력주의의 이데올로기는 ‘시험’이라는 장치와 함께 한국화됐다. 김 교수는 시험이 능력을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며, 시험 합격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함은 물론 정의롭기까지 하다는 ‘시험능력주의’의 뿌리 깊은 폐해를 성찰하며 구조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교육의 문제다. 31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열린 <시험능력주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를 지배 체제, 노동 차별의 문제와 연결시키고자 했다”며 책의 집필 의도를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의 교육 문제는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다.”

김 교수는 ‘입시 지옥’으로 변한 교육 현실의 이면에서 명문대 입학과 고시 패스라는 시험제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국의 엘리트 양성 메커니즘을 본다. 또 이 같은 시험의 좁은 ‘병목’을 통과하지 못한 다수를 비인간화하는 노동 차별의 현실을 지적한다. 외환위기 이후 쉽게 ‘잘리는’ 노동자의 위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의 획일화’가 진행된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고시라는 좁은 문을 향한 경쟁은 청년과 소년에게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결국 좋은 지위를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인데, 이를 도외시하고 교육을 입시 문제로만 국한시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은 결국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규정되는 중층적 문제이기 때문에 그 대안은 교육 안이 아니라 밖에서 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입시 문제는 곧 대학 문제이며 이것은 곧 수도권 집중 문제이자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산업 구조를 바꿔, 필수적인 노동 인력과 기술자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인간적으로 대우할 것이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터져나온 ‘공정’ 논란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고용 불안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고려대 학생의 분교 차별, 서울대 학생의 지역균형선발 학생 차별 등에서도 역시 자신의 밥그릇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보수적인 공정 담론으로 나타났다”면서 “다른 한편으론 연고 채용 등 비정규직 채용에 만연한 편법 실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의에만 의존한 문재인 정부의 정교하지 못한 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타 능력주의 비판서와 견줘 <시험능력주의>의 강점은 구체적 대안에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수능, 고시와 같은 시험 외의 절차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밖에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기업이 충분한 비용과 노력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채용 주체의 합리적인 절차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신뢰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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