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4국 대사들 "강제실종 자행한 北 책임자들 처단해야"
한국 주재 영국·프랑스·네덜란드·아르헨티나 대사들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프랑스대사관저에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자행한 강제실종 범죄를 규탄했다. 주한 대사들이 북한 인권을 주제로 공동 회견을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는 “강제실종은 지극히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책임지지 않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이나 단체에 의해 체포·구금·납치돼 실종된 것을 말한다. 북한의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사건 등이 ‘강제실종’의 사례다.
평양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한국에 오기 전 평양에 있었기에 잘 안다. 영국에도 탈북민들이 있다”며 “강제실종은 수십 년간 지속됐으며 영국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문제인 만큼, 오늘을 계기로 책임 규명의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요안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도 “네덜란드는 주요 국제재판소의 소재지로서 책임규명 노력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알프레도 카를로 바스쿠 주한아르헨티나대사는 “남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유혈이 낭자했던 독재정권이 끝난 지 거의 40년 지났다”며 “유엔 인권협약 대부분에 참여한 대한민국에 박수를 보내며 유엔 강제실종협약에도 참여해달라”고 주문했다.
1976~1983년 군부독재 때 수천 명의 실종을 경험한 아르헨티나는 2006년 유엔총회에서 강제실종협약 채택을 주도했다. 현재 이 협약에는 68개국이 가입해 있다.
회견에 이어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북한 강제실종범죄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북한은 체포, 구금, 납치, 실종으로 이어지는 조직적 강제실종 범죄를 지속적으로 자행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강제실종 피해자와 그 후손 대다수는 북한 광산과 구금시설 등지에 억류돼 차별, 착취, 강제노동으로 고통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대한민국 국민의 납북 사실을 인정할 것을 촉구해달라”며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과 후손의 생사 확인 △억류된 이들의 귀환의사 확인 △사망시 유해 송환 △강제실종 피해자와의 서신교류 및 고향 방문 △납북 문제 전담할 독립부서 설립 등을 요청했다.
이메쉬 포카렐 유엔 서울인권사무소 대표 대행은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이 북한 당국에 납북자 수백 명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아직 한 건도 답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의 강제실종 문제는 북한 비핵화 의제의 부차적 사안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이를 비정치화하고 진정으로 인권과 인도적 문제로 취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동선언문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비롯해 물망초, 전환기정의워킹그룹,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재일북송피해가족협회 등 33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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