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의 가족[만화로 본 세상]

2022. 5. 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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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에 빠진 가족은 남이다
요즘엔 누구를 만나든 주식이나 코인이 한 번쯤 화제에 오른다. 투자를 하든 안 하든 많은 이가 관심을 두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가 부쩍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이 매수한 총금액은 무려 226조원에 달한다. 국내와 해외 주식을 합친 금액이다.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 한 장면 / 카카오웹툰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불확실성에 밀어넣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지금 벌이만으로는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어려워, 급전이 필요해, 주변에서 한다니 나도 한번, 경제 공부를 위해….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주식 투자를 그저 삿된 행위로 치부하긴 어렵다. 주식은 투자인 한편 도박 특성도 있다. 한번에 큰 수익을 올리는 쾌감으로 쉽게 중독될 수 있어서다. 투자와 도박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내가 어디쯤 발 딛고 서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인의 조언이 중요하지만, 때로 그들마저 함께 진흙탕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이하진·카카오웹툰)은 도박중독자를 구성원으로 둔 한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이 웹툰은 한사람의 주식 투자자가 어떻게 도박중독자로 변모하는지, 나아가 그가 가족과 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파급력을 선연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하진의 셋째 시동생이 주식으로 도박중독에 빠진다. 그는 주식 투자 전문가로 온 가족의 신뢰를 받으며 가족의 재정 운영을 도맡아왔다. 하진은 4형제 가운데 첫째의 아내로, 시동생의 도박중독 낌새를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비단 주식 투자가 손실이 나서 그랬던 건 아니다.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시동생이 더 위험한 상품에 손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기 돈은 물론이고 4형제의 돈과 어머니의 아파트까지 깡그리 날린다.

하진은 셋째의 도박중독 가능성을 조심스레 가족에게 공유한다. 가족은 되레 하진을 비난한다. 셋째의 과오를 덮어주고 대신 돈을 갚아주는 것이 가족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의무라 여긴 그들의 ‘다정함’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 악화된 재정을 빨리 회복하려 무리수를 두던 셋째가 결국 형의 명의를 도용해 사채를 끌어쓴다. 그렇게 돈을 쏟아부은 투자는 또다시 실패해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이 만화는 도박중독자 개인을 그리는 데에 멈추지 않고, 주변인들이 그에게 왜 이입하고 휘둘리는지 ‘공동 의존’의 양상을 다룬다. 도와줄수록 더더욱 나락으로 빠져드는 도박중독의 특성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가족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인은 정의 민족이라지만 이때만큼은 멈춰야 한다. 당사자 대신 빚을 해결해주는 방식은 도박중독을 악화시킬 뿐이다.

가족의 불행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독립할 수 있을까. 물에 빠진 이를 구하려고 무작정 뛰어들면 함께 가라앉는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불행에서 한걸음 떨어져 구성원들이 제각기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도박중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 가족도 남이다. 야속하게 들릴지 몰라도 때론 그것이 함께 살아남는 길이다.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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