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권한'을 빼앗긴 검찰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서실 검찰출신 중용과 한동훈 법무장관 기용
인사를 장악한 법무장관 막강한 권한 가진 소통령으로
여권 내에서도 우려하는 특별감찰관실 설치 무산
검찰출신의 권력화 견제 반드시 필요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작업이 민주당 주도로 이뤄지고 있을 당시 검찰의 내부 분위기는 말로 할 수 없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의 간부들과 고검장은 물론 일선 검사장과 검사들까지 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정치권과 언론에 대해 강력한 압박과 로비를 펼쳤다. 결국 '검수완박'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국무회의를 오후로 연장한 끝에 법령을 공포했다. 이 법안은 이제 9월이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뭔가 다른 반격 카드를 준비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이 든 것은 그동안 검찰권력 조정에 대해 강고히 저항해온 검찰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당시 윤석열 당선인 역시 수수방관하지만을 않을 것이라는 점도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예상은 지금 들어맞고 있다. 청와대 조직 개편과 비서진 인선이 신호탄이었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됐고, 검찰 출신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다.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검찰출신 인사가 공직기강 비서관에, 인사를 관장하는 인사기획관에는 검찰 재직 당시 최측근이었던 운영지원과장이, 인사비서관도 역시 검찰 출신인사가 차지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오른팔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검찰의 권력 장악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임명된 지 단 하루 만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검찰의 주요 포스트에 배치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폐지된 민정수석실에서 갖고 있던 인사검증 권한을 발 빠르게 넘겨받았다.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된 것이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자마자 관련 규정들에 대한 개정절차에 착수했고, 당장 다음달부터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로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가 아닐 수 없다. 법무부에서 인사검증을 담당하게 된다면 온갖 정보가 법무부로 모이게 될 것이고, 이는 권력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청와대의 인사기획관과 비서관까지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검찰 출신들이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인사권과 정보를 틀어쥐게 되는 셈이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들도 인사검증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까지 검찰 출신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 명실상부한 '소통령'이 되는 것이고, 검찰은 권력기관으로 재무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견제를 넘어 법안의 무력화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그토록 강조했고 수차례 약속했던 특별감찰관실의 설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별감찰관실은 대통령과 배우자의 친인척,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미르재단에 대한 불법적인 모금을 감지한 것도 특별감찰관실이었다. 공수처와 업무가 겹친다는 이유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 힘은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특별감찰관실의 기능을 수사기관으로 넘긴다는 것이 대통령 비서실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다. 현재 특별감찰관실의 예산은 법무부가 갖고 있다. 만일 설치가 무산된다면 이 기능 역시 법무부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별감찰관실의 설치 무산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갖가지 사건에 연루된 장모 최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만일 특별감찰관실 설치 무산이 이런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추후에 윤 대통령에게 엄청난 역작용을 불러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내부에서도 특별 감찰관실 설치 무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핵관'의 한 사람으로 취임 직전까지 윤 대통령을 보좌해 온 장제원 의원은 참모들을 비판하는 형식을 빌려오기는 했지만, 특별감찰관실 설치 무산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검찰 출신 인사의 중용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권한 강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두려운 마음마저 앞선다. 사족 같지만 어렵게 국회 인준을 통과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신과 함께 일할 국무조정실장으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윤핵관' 권성동 사무총장의 공개적인 반대로 임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를 보좌하며 국정을 총괄하고 업무조정을 하는 총리의 핵심 참모다. 자신이 쓰고 싶은 사람조차 자리에 앉히지 못하는 총리와 '소통령'으로 부상하는 법무부 장관이 대비되는 것은 너무 과한 상상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윤종원 행장 임명을 강력히 반대했던 '윤핵관' 권성동 사무총장 역시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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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영기 논설위원 cbsmy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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