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 지구의 콩팥, '한국의 갯벌'에 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자연환경 중 갯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갯벌은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넓고 평평한 땅’을 뜻하는데요. 개펄이라고도 불리죠. 이렇게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하루에 두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가의 땅을 갯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 많이 분포돼 있는데,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해안에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갯벌은 플랑크톤을 포함한 식물 164종, 동물 687종이 살아가는 터전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가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전 세계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한국의 갯벌’이 2021년 7월 26일, 21개국 만장일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는데요. 충청남도의 서천 갯벌, 전라북도의 고창 갯벌, 전라남도의 신안 갯벌, 보성-순천 갯벌 등 4곳입니다. 갯벌은 제주도의 화산섬과 용암동굴 이후 우리나라의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이자, 우리나라 15번째 세계유산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된 보성-순천 갯벌 중, 직접 벌교와 순천만 갯벌을 다녀왔습니다. 오늘(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갯벌의 가치, 중요성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였는데요.
갯벌을 비롯한 우리나라 해양의 가치는 비교적 최근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으로 착수한 우리나라 연안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 연구가 최근 마무리됐는데요. 해당 자료에는 갯벌의 가치를 상세히 분석해 놓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갯벌의 조절, 문화 서비스 가치가 17조800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입니다.
재해저감, 수질정화, 문화 서비스 총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보겠습니다. 재해저감은 갯벌이 없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뒤 피해 저감에 필요한 대체 방파제 건설 비용을 산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태풍 해일로부터 바닷가 지역의 재산을 보호하고 인명 손실을 막는 재해저감 서비스 혜택의 가치는 연간 2조1414억 원.
수질정화는 정화 서비스 가치와 갯벌의 탄소 저장 조절 서비스 등 환경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했는데요. 이러한 정화 가치를 모두 더하면 우리나라 갯벌의 조절 서비스 가치는 연간 16조3786억 원이라고 하네요.
관광, 휴양, 경관, 심미, 교육, 유산, 영감을 아우르는 갯벌의 문화 서비스 혜택은 전국 367개 해양 관광지의 방문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간 1조4335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네요.
물론 이 자료에 갯벌이 주는 경제적 가치 등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어촌마을의 경우 갯벌에서 낙지, 바지락, 조개 등을 캐는 등 어업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인데요. 갯벌은 어민들에게 경제적 수단을 의미하는 동시에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위에 문화적인 측면을 다시 고려해보면, 갯벌로 지역의 관광산업이 발달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충청남도 보령과 전라남도 순천을 들 수 있는데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인 ‘보령 머드축제’는 보령의 갯벌을 이용하고 순천만 습지는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습니다. 실제 바다의 날을 계기로 방문한 순천만 갯벌은 많은 관광객이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갯벌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바다의 콩팥, 지구의 콩팥이라고 합니다. 또한, 미래 자원의 보고,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고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수단이고, 철새들에게는 쉴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갯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당연시 여겨 오지는 않았을까요? 바다의 날을 맞아 벌교와 순천만 갯벌에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갯벌.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