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재산권 보호, 디지털 전환으로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여야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된 2년 동안 온라인 생태계는 사상 유례없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산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디지털화면서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하는 수법이나 기술도 함께 고도화됨에 따라 그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커머스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온라인 유통 위조상품 규모가 급증하는 추세다. 2023년 글로벌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약 17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캐릭터, 게임, 음악, NFT 등 IP를 앞세운 비즈니스도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IP 소유권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을 NFT로 만들어서 판매했던 거래소가 가짜·표절 NFT 문제로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IP 침해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대응 전략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예전에 기업들은 IP 침해 이슈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는 등 법적 절차를 거쳐 당사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혐의를 입증해서 IP를 침해한 대상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가해자가 불법적으로 얻는 수익이 큰 경우가 많다. 또 온라인 환경적 특성상 탐색과 분석 범위가 매우 방대해서 모든 침해 케이스에 대한 법적 대응은 쉽지 않았다. 결국 IP 침해는 빠르면서도 쉽고, 보호는 복잡하고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가장 단순하고 원론적으로 접근하면 IP를 보호하는 과정 자체가 침해보다 더 빠르고 쉬우면 된다. 가해자들이 불법적인 이득을 편취하기 전에 차단하면 얻게 되는 실익 자체가 없어지면서 IP 침해 행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원 재산권자의 이득은 자연스레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유러피안 커미션에 따르면 가품 100개를 제거할 때마다 브랜드의 정품 판매량은 10개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IP 보호 효율성 제고를 위한 첫 열쇠는 '디지털전환'에 있다. 세계 산업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디지털전환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 기반 혁신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사람이 직접 진행하는 반복적인 작업, 특히 컴퓨팅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대다수 업무는 인공지능(AI/ML) 기술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여기에 로보틱 처리 자동화를 접목할 경우 그 효율성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실제 위조상품 모니터링 업무에 AI를 활용했을 시 수동 작업 대비 수십배 빠른 업무 수행 효과가 나타났으며, 인건비 감소 효과도 탁월했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의 표준화를 통해 일원화된 IP 관리 체계가 구축되면 데이터 활용 범위도 크게 확장된다. 세부 데이터 분석을 통해 IP 보호 전략 포트폴리오 구축 및 침해 현황에 대한 전방위 인사이트 도출이 가능해지며, IP 관리 및 수익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IP 비즈니스 역량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효율적인 IP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정부 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허청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되는 위조상품 단속을 강화하고, 기술보호 집행력 강화를 위해 특허청 기술경찰의 수사 범위를 기술 유출 범죄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글로벌로 진출하는 기업의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무단 선점 모니터링 대상 국가를 기존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싱가포르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 IP 보호 방식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대전환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IP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전환은 필수다. 기술을 통한 파괴적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기업이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mark.lee@marqvis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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