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이어진 경기지사 선거..'정책선거' 아닌 '정쟁' 변질 지적
'자녀 교육문제'·'재산 축소신고'·'일감 몰아주기' 놓고 격돌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선대위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31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다며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김동연 후보 측이 '재산 축소 신고'를 문제 삼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26일 김은혜 후보를 고발한 데 대한 '맞불' 성격으로 읽힌다.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지사 선거가 막판까지 거대 양당 후보 간 고발전이 이어지면서 '정책선거'가 아닌 이전투구식 '정쟁'으로 치러져 유권자의 판단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는 지난 4월 26일 맞대결이 성사되자마자 '도지사 자격론'을 거론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김은혜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김동연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상징'이자 '요체'와도 같은 분"이라며 "'실패한 경제부총리'와 '추진력 있는 젊은 일꾼',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맞서 김동연 후보는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아바타로 불리는 김은혜 후보가 올라왔다"며 "윤 당선인의 대변인과 경기도민의 대변인, 국정운영 초보와 30년 실력자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지난달 5일에는 윤 대통령 당선인의 GTX-A 노선 건설 현장 방문에 김은혜 후보가 동행한 것을 놓고 공방이 빚어졌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GTX 연장 및 신설은 신도시 재개발과 맞물려 경기도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사안으로 GTX-A 현장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윤 당선인과 김은혜 후보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에 김은혜 후보 측은 "윤 당선인이 선거전 했던 민생현장 방문 약속을 지키는 자리에 참석했을 뿐"이라며 "김동연 후보는 경기도의 숙원사업이 해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냐, 아니면 집권 여당의 후보만이 도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지난달 12일 첫 TV토론 이후 양 후보 자녀의 조기유학과 이중국적 논란이 일며 공방은 한층 더 격해졌다.
김동연 후보 측은 "김은혜 후보는 '교육격차 해소 등 경기교육 레벨업' 공약을 밝히고 본인을 '경기맘'이라고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실상은 자녀를 미국으로 황제 조기유학을 보내는 등 '미국맘'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에 맞서 김은혜 후보 측은 "김동연 후보의 아들은 1992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한 뒤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학교를 모두 미국에서 나왔고, 내국인(미국인)만 받을 수 있는 연방장학금을 수령하고 등록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고액 후원금'과 '취업 청탁' 문제로 양 후보가 격돌했다.
김은혜 후보는 지난 24일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김동연 후보에게 거액 후원금(1천만원)을 낸 인물이 조폭 출신으로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대장동 김만배의 100억원이 이 인물 회사로 가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일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맞서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KT 전무 시절) 취업 청탁에 대해 모르는 사람, 그런 일 없다고 했는데 하루도 안 된 보도 내용에서는 '검사가 추천 사실이 있냐'고 하자 '시댁 쪽에 부탁받았다'고 답했다"며 "교통사고 안 났다고 음주운전 처벌 안 하나. 거짓말에 해명하라"고 반격했다.
두 후보 측은 'KT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한 토론회 발언을 문제 삼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맞고발하기도 했다.
고발전은 막판까지 이어져 민주당 경기도당은 김은혜 후보 배우자 건물(신고가액 158억6천785만원)이 15억원가량 축소 재산 신고됐고, 보유 증권 1억원가량이 누락됐다며 지난 25일 선관위에 이의 신청서를 낸 뒤 26일에는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30일 민주당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이에 맞서 김은혜 후보 선대위는 31일 김동연 후보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측근 인사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2억5천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 세트를 독점 공급받았다며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고발했다.
이처럼 김은혜-김동연 맞대결로 1개월여간 치러진 경기지사 선거가 상호비방전을 넘어 고발전으로 비화하며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지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지는 등 후유증이 만만찮아 그만큼 도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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