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살해당한 장애인' 사건에, 김예지 의원이 꺼낸 중학생 당시 기억
중학교 때 '너 죽고 나 죽자' 말 들었다 밝히자
장애인들 "비슷한 경험 있다".. 부모들도 눈물바다
"장애인 부모도 힘들지만 당사자 입장도 봤으면"
"돌봄, 가족에만 맡기지 말고 사회가 나눠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잇따라 부모에 의해 숨진 발달·중증장애인들의 사고를 두고 "많은 인터뷰나 기사를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 나온 것뿐이다. 당사자 심정에서 다뤄진 것은 없다"면서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3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장애인을 돌보는) 부모님의 관점에서 힘들다고 나오지만 그 당사자는 안 힘들까"라면서 "(장애인 자녀에게 있어 부모는) 가장 믿고 의지하고 가장 사랑받는, 신 같은 존재인데 거기서조차 이런 힘든 것들, 부정적인 감정이 표출되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당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김 의원은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분향소를 찾아 "저희 어머니도 제가 중학교 때 '너 죽고 나 죽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말을 듣지 않은 장애인 자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을 것"이라면서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그 끝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었다. 소리 없이 죽어간 친구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가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나는 그때 말대꾸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 돌아가신 장애인 동료 분들은 그 말조차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이어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이게 언론에 나가자 많은 장애인 동료 분들께서 자기도 들었다면서 함께 마음 아파하셨다"고 귀띔했다.
"스스로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장애인 부모... 그 마음 위로하고자"
김 의원이 찾아간 분향소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돌봄의 국가 책임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가 마련했는데 해당 발언을 들은 부모연대 회원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졌다. 이 사건들이 '극단적 사례'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다수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모두가 공유하는 '아픔'이었던 것이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한 사례가 최소 20건에 달한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지체 치료를 받던 6세 아들과 투신해 함께 숨졌고,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선 60대 여성이 30대 중증장애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지난 3월 경기 시흥시에선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사건에 대해 언론 보도나 온라인 여론을 보면 "부모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이것을 살인으로 다뤄야 하느냐" 등의 반응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김 의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인은 이해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어떤 곳에서도 죽음을 당한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먼저 가신 장애인 동료 분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분향소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모님들 역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은 사실이고,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로 보고 계시기도 한다"면서 "그 마음도 위로해 드리고 연대하고자 함께했다"고 밝혔다.
"돌봄, 시혜가 아닌 자립을 위한 보조가 돼야"
김 의원은 잇따른 '장애인 가족 살해' 사건의 대책으로 "돌봄을 가정, 가족에게만 맡기지 말고, 필수적인 재화로 봐서 사회에서 재분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특정인만이 약자가 아니다. 노인과 어린이 등에 대한 돌봄 체계가 잘 갖춰졌을 때 안전망이 구축된다"면서 "(돌봄이) 장애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보고 적절하게 돌봄이 분배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돌봄의 대상을 수동적 객체로 간주하기보다는 '대상자의 자립을 위한 보조'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돌봄을 시혜적 관점에서 누구에게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이분이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우리가 지켜준다, 활동에 보조적인 역할을 해준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돌봄 종사자들에게도 누군가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한 지원 서비스에 일원으로서 힘쓰고 있다는 자긍심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삼각지역에 발달장애인 추모소를 마련한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추모제에서 "발달장애 가정은 구조적 모순 속에서 사회적 타살을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더는 죽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하라"며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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