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까지 고려한 부동산 정책, 어떻게?

2022. 5. 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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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우리는 중간 목표나 수단에 매몰된 나머지, 최종 목표가 실종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랬다. 지난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중간 목표 성격의) 목표에 집착하여 규제란 규제는 모두 동원하였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은 주택을 보유하기도 어렵고, 주택을 사기도 어렵고, 전세를 얻기도 어렵게 되었다. 국민들의 주거를 안정시켜야 할 정부가 국민들의 주거를 오히려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나마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였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목표마저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 주택가격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보다 더 많이 올랐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4년 동안 무려 2배 가까이 올랐다.

정부는 ‘공급은 문제 없는데, 투기가 문제’라는 인식 하에 징벌적 조세, 억압적 LTV 규제와 같은 규제 정책들을 펼쳤지만 결과는 역사에 남을만한 주택가격 상승과 주거의 불안정이었다. 왜 투기적 수요가 생겼는지에 대한 진단 없이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대응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가 ‘주택가격은 안정되어 있다’는 말로 사실마저 호도하였다. 뒤늦게 주택공급에 나서겠다고 하였지만 시장은 믿지를 않았다. 전형적인 정부의 실패인 것이다.

새 정부는 먼저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하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맞는 정책수단을 결정해야 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정부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것이 지난 정부의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와 정부의 역할

모든 국민들은 ‘살만한(decent) 주택에서 부담 가능한(affordable) 비용으로 거주’하는 것을 희망하지만 계층별로 구체적인 주거문제는 다르다. 어떤 가구는 현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기를 원하고, 어떤 가구는 가족의 변화에 맞추어 이동하길 원한다. 또 어떤 가구는 임차에서 자가로 이동하면서 자산을 축적하길 원한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주택 정책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은 이와 같은 국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계층 간 주거의 불평등성을 축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윤석열정부는 이를 대선 과정에서 ‘모든 국민들의 주거수준 향상’으로 표현하였고,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는 ‘주거안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국민들의 주거 문제를 증폭시키고, 나아가 거시경제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주택가격 급등과 억압적인 대출규제로 인해 주거 사다리가 끊겼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이런 점에서 주택가격의 안정과 주거 사다리의 복원은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간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의 주거문제를 재정으로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는 자신이 직접 해야 할 일과 간접적으로 해야 할 일을 구별해야 한다.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자기 힘으로 주거안정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자원을 집중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나머지 계층은 간접적인 지원과 정상적인 시장 기능에 의해 정책목표가 달성되도록 하면 된다. 억압적 주택금융과 징벌적 조세의 정상화, 그리고 가격통제 하에 있는 임대차시장의 정상화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주택공급과 금융통화정책에 의한 주택가격 안정

주택가격의 급등은 대개 비탄력적인 주택공급이 원인이다. 이는 종종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를 낳아 주택가격의 상승을 더욱 가속시키기도 한다. 과도하게 완화된 금융통화정책도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이 된다. 이 둘이 겹치면 파괴적인 수준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IMF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택공급이 비탄력적인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대도시 내에서의 주택공급 규제 때문이다. 사실 이전 정부의 정책 실패도 이에 대한 판단 착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는 주택공급이 충분하였고, 금리도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였다.

이유는 전임 서울시장의 도시정비 규제 정책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효과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중앙정부마저 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 때문에 ‘미래에는 도심 내 신규주택이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어 주택가격이 급등하였던 것이다.

결국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주택공급 250만호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도심 내에서 신규주택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도심 내 주택공급은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 주택가격 안정이 중앙정부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책임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자체에 역할과 권한을 주는 것과 함께 책임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과도한 유동성과 저금리 체계 하에서는 아무리 대출규제를 하더라도 자산가격, 특히 주택가격의 팽창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정부는 보여주었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융통화당국이 물가와 경기 외에 주택가격의 변동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향한 부동산 정책

우리는 지금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저출산 상황 하에서 1인 가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고 노령화의 진행속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다가 기후변화와 이에 대응한 탄소중립 정책, 그리고 4차 산업의 발달도 교통과 주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목표로 하는 부동산 정책은 우선 우리가 직면한 문제, 즉 주택가격 및 전월세가격의 안정,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주거사다리의 복원, 자유로운 주거이동의 보장 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직면할 도전에도 대응해야 한다. 현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세대까지 고려하여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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