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ATL의 반격..'韓 텃밭' 원통형 배터리에 도전장

김도현 기자 2022. 5. 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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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ATL 홈페이지


각형 배터리만 생산해온 CATL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원통형 배터리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배터리다. 전자기기용 소형전지가 주류였던 시절부터 배터리를 생산해온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파나소닉 등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CATL이 원통형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새로운 각축전이 예상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BMW그룹과 2025년 선보이는 신형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뉴 클래스)'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각형 배터리만을 탑재해온 BMW그룹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것도, 각형 배터리만을 생산해온 CATL이 원통형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CATL은 현재 각형 양산시설만 보유해 납품을 위한 별도의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요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수주계약을 체결한 뒤 양산 설비를 신·증설하는 게 일반적이다. 완공된 공장에서 물량을 공급하면서 추가계약을 확보하거나 다른 계약을 따내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CATL의 원통형 시장 진출은 예견돼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1위인 CATL의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각형 양산을 고심하고 있다. 각형까지 취급할 경우 세계 최초로 3가지 타입의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는 업체로 기록된다. 삼성SDI도 각형·원통형 2가지 라인업을 보유했으며, SK온도 파우치형만을 양산하면서 각형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핵심 고객사의 요구도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CALT로부터 각형을,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 등으로부터 원통형을 공급받고 있는 테슬라가 점차 원통형 탑재 비중을 늘리는 추세며, 각형을 고집했던 BMW그룹도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신형 플랫폼 출시를 예고하면서 CATL의 원통형 라인업 확대가 높게 점쳐졌다. CATL의 추가 양산 타입이 원통형으로 정해지면서 LG·삼성과 맞대결 또한 불가피해졌다.

BMW그룹은 삼성SDI의 핵심 납품처다. 신형 플랫폼에 원통형을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장 높은 수혜가 예견됐다. CATL이 삼성SDI보다 먼저 BMW그룹과 원통형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물량이 많지 않다고 전해진다. CATL의 양산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BMW그룹도 초도 주문이기 때문이다. CATL이 성공적인 원통형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면, 추가 물량을 놓고 삼성SDI와 치열하게 맞붙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각 사

CATL 원통형 다음 공급처는 테슬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글로벌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이들 두 회사는 현재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각각 각형·원통형을 납품하고 있다. CATL이 테슬라 원통형 납품에 성공한다면, 상하이뿐 아니라 독일 기가팩토리 납품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관건은 CATL이 LG·삼성 수준의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각형·파우치형의 경우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소형과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등으로 구분된다. 원통형은 모두 소형이다. 제품에 따라 다른 규격이 적용될 뿐이다. 전기차에는 소형 원통형 전지가 무수하게 들어간다. 숱한 낱개의 배터리가 적정한 전압을 낼 수 있게 이를 모듈화하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의 경우 셀 개발보다 양산이 더욱 어려운 분야"라면서 "중대형 각형 배터리만을 생산해 온 CATL이 양산 초기 수율 면에서 상당한 성장통을 겪을 전망이며, 셀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모듈화하면서 고효율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통형은 다른 타입의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다"면서 "삼원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효율을 나타내게 되지만, CALT은 리튬인산철(LFP) 기술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일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LG·삼성 등 기존 원통형 양산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은 중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겠지만, 기술격차를 좁히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BMW그룹은 노이에 클라쎄 플랫폼에 미국 퀄컴(Qualcomm)과의 반도체 협업을 통해 '완전 자율주행(레벨5)' 구현을 목표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에 전기차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원통형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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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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