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나라들에 '퇴짜' 맞은 중국, 협력사업 꺼내들고 다시 구애

이종섭 기자 2022. 5. 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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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30일 피지에서 중국-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들과 포괄적인 경제·안보 협정을 맺으려다 실패한 뒤에도 20여개의 협력 사업을 제안하며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남태평양 도서국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경찰·안보 분야 협력 등을 일단 뒤로 미루고 경제 지원을 통해 우호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30일 피지에서 열린 중국-남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후 ‘태평양 도서국과의 상호존중, 공동 발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중국은 당초 이날 회의에서 남태평양 10개국과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하고 이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상대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계획이 불발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입장을 별도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는 “중국은 태평양 섬나라와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운명공동체 구축을 추진하겠다”며 내놓은 15개 비전·구상과 24개의 협력 사업이 담겨있다. 중국은 문서를 통해 우선 인류 공통의 가치와 태평양 섬나라의 독립·주권·영토보전 존중 및 내정 불간섭, 역내 평화와 안전, 해양 생태 보호, 경제 기술 협력 강화, 다자주의 견지 등을 양측 공동 발전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외교장관 회의의 정기적 개최, 중국 정부의 태평양 도서국 사무 특사 임명, 양측의 경제발전 협력 포럼 및 농업장관회의 지속 개최, 재해 관리 협력 체계 구축, 빈곤 퇴치 및 기후변화 대응 협력 센터 설치·가동 등을 제안했다. 중국은 또 문서에서 청년 외교관 양성과 장학금 지원, 방역협력기금 추가 지원 및 의료진 파견, 태평양 도서국 포럼 및 지역환경계획 기부 등 갖가지 ‘당근책’도 제시했다.

이 문서에는 당초 중국이 포괄적 개발 비전을 통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안보 분야 협력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 제안한 비전 초안에는 양측이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이 공안을 파견해 해당 국가 경찰을 훈련할 수 있게 하고, 해양 지도 작성과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협정 초안에 대한 태평양 도서국가의 이견과 우려로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고 경제적 지원 위주로 한 협력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중 갈등 속에서 도서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안보 분야 협정은 뒤로 미루고 이견의 소지가 덜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후 관계 진전의 토대를 만들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왕 부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국이 왜 남태평양 도서국을 지지하고 돕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중국은 남태평양 섬나라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등 많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책임있는 개도국이자 대국”이라며 “일부 사람들에게 너무 초조해 하거나 긴장하지 말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서 대중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남태평양 도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과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이후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을 이어가면서 개별 국가 설득과 공략에도 계속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남태평양 8개국 순방길에 오른 왕 부장은 오는 4일까지 통가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순방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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