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도 안 끝났는데..'원인 불명' 질병에 전세계 '초비상'
원인불명 급성간염, 소아 중심으로 33개국서 650명 환자 발생
두 질환, 정확한 원인 파악 어려워..각국, 대비책 마련에 고심
희소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 Pox)과 원인불명의 소아 급성간염이 여러 나라로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초비상’ 상황에 놓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정체불명의 질병들이 잇따라 확산하자 각국의 위기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과 소아 급성간염이 전 세계적으로 적잖은 확산세를 보이며 각국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24개국 435명으로 늘었다.
구체적으로 스페인에서 115명, 영국 106명을 비롯해 포르투갈(74명), 캐나다(26명), 독일(22명), 프랑스(16명), 미국(14명), 이탈리아(12명), 네덜란드(12명) 등 유럽과 북미 전역에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4명), 이스라엘(2명), 멕시코(1명), 아르헨티나(1명)에서도 환자가 나오면서 중동과 중남미 지역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원숭이두창은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의 초기 증상을 시작으로 전신에 수포성 발질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현재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치명률이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콩고형’으로 불리는 유형에서는 치명률이 10%대를 나타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최근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두 차례의 대규모 파티에서 성소수자들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통상 6~13일, 최대 21일로 긴 편이어서 여러 나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원숭이두창이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사람 간 전파가 드물고 전파력이 높지 않은 병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환자의 병변이나 체액을 직접 접촉하는 경우에만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3주만에 확진자 규모가 400명을 넘어서고 20개가 넘는 나라로 확산되면서 WHO도 각국에 경계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또한 원인 불명의 소아 급성간염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WHO에 따르면 원인불명의 급성간염은 지난 4월 5일 영국에서 의심사례가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33개국에서 650명의 환자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영국에서 222명, 미국 216명을 비롯해 일본(31명), 스페인(29명), 이탈리아(27명), 네덜란드(14명), 벨기에(14명), 이스라엘(12명), 포르투갈(11명)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일 10세 미만 어린이에서 의심 사례 1건이 신고됐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5세 미만 소아 환자의 비율은 75%에 이르고 대부분 이 병에 걸리기 전에는 건강했다.
급성간염은 A·B·C·E형으로 분류되는 기존 바이러스 간염이 아닌 원인을 알 수 없는데다 주로 어린이들에게서 발생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감염되면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란색을 띠기도 한다.
중증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환자 650명 중 최소 38명이 간 이식이 필요했고 9명은 사망했다. 환자의 14%가 집중치료를, 12%는 간이식을 필요로 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WHO는 이번 급성간염의 중증도가 이전보다 강하고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WHO는 “급성간염의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재 조사 중”이라며 “이전에 보고된 급성간염보다 더 심각하고 비교적 높은 비율로 급성 간부전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의심 사례 중 상당수는 감기·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41에 양성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아직까지 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 급성간염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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