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애들 데리고 어디가지?"..찾았다, '체험 천국'

강예신 2022. 5. 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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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웅포면 야생차 북방한계군락지.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여름방학 시즌이 다가오면 부모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올해는 또 어딜 가야 하나...’ 아이를 동반한 여행은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아 더욱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창 뛰노는 나이에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갑갑함에 시달렸을 아이들. 잘 버텨준 만큼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은 방학을 더욱 뜻깊은 추억으로 선물하고픈 부모라면 전북 익산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뭘 해도 금방 싫증을 내는 아이일수록 더욱 환영한다. 익산에는 재미는 물론 교육 목적으로도 딱인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아스팔트와 빌딩에 둘러싸여 삭막해진 도시 아이들뿐 아니라, 일상에 지친 어른들까지 힐링하기 좋은 익산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1. 스릴과 힐링을 한번에! 성당포구마을
성당포구마을 바람개비.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고려에서 조선 고종때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던 포구 성당창이 있었다고 해 ‘성당포’라 불리는 마을. 조선시대 때 금강 변 평야의 세금 양곡을 실어 나르던 큰 항구였다고 한다. 전국 9개 조창에 꼽힐 만큼 흥성했으나 주변 육로가 발달하고 금강 하구둑이 조성되면서 항구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현재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농촌체험마을로 운영하고 있다.

성당포구마을 전경.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국궁체험, 농악체험, 계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금강체험관을 비롯해 성당포구 마을에서 재배한 콩과 쌀로 음식을 만드는 슬로푸드 체험관, 바비큐장 등으로 구성했다. 단체룸, 가족룸, 독채, 야영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도 있다. 이용 요금은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로 문의하는 게 좋다.

성당포구마을 바람개비 열차.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성당포구마을 체험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바람개비 열차다. 지난해 7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해 현재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 열차를 직접 타봤다. 놀이공원에서 자주 보던 비주얼에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출발과 동시에 손잡이를 꾹 잡게 됐다. 예상 외로 빠른 속도에 몸이 전후좌우로 흔들렸다. 소지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조하던 체험 지도사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바람개비열차를 타고 용안생태습지공원을 둘러봤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열차는 마을에서 출발해 용안생태습지공원으로 향한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용안면 난포리 일원의 금강변에 조성된 대규모 생태습지 공원이다.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길 양쪽으로 무지개색 바람개비와 어우러진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했다. 신나게 달리다 중간중간 열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쉬어갔다. 지도사가 억새로 즉석 악기를 만들어 다같이 연주를 해보기도 했다.

수련, 국화,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용안생태습지공원.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국화 축제로 유명한 익산답게 국화도 많고, 연꽃,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그야말로 ‘꽃 천국’이다. 용안생태공원 옆으로는 182만m²(약 55만평) 규모의 시범 억새단지가 있어 가을이면 금강억새축제가 열리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5월 말에는 수련과 유채꽃이 반겨줬다. 수련은 오후 4~5시부터는 꽃을 볼 수 없다고 하니 참고하자. 공원 곳곳에 나무데크가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도보여행 및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 좋다. 조류전망대, 야외학습장, 식물관찰원 등 다양한 테마의 체험 시설도 마련돼 있다. 다만 낮에는 뱀, 밤에는 야생동물이 종종 등장한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하자.

2. 금강변에서 놀고 먹고 자고, 산들강웅포마을
웅포 곰개나루 금강자전거길.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금강 물줄기 따라 생태계가 꿈틀대는 아름다운 생명의 땅 웅포면. 인구가 15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서해낙조 5선 중 하나인 곰개나루, 국내 최북단 녹차밭, 벚꽃 명소 숭림사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지녔다.

산들강웅포마을 숙박시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산들강웅포마을 식당.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산들강웅포마을엔 체험관을 비롯해 숙박 시설, 식당 등이 있다. 1층에 머문다면 아침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창밖에서 기웃거리며 반겨준다. 식당은 뷔페식으로 운영되며, 1만 원 이하로 반찬 6가지, 국 등 뷔페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농촌체험마을의 숙소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깔끔한 시설에 편안한 침구까지 호텔 못지않은 퀄리티를 갖췄다. 다만 바로 앞에 논이 있어 창문을 열어두면 개구리, 벌레 등이 들어올 수 있다. 자연친화적 시간을 보내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블루베리호떡 만들기 체험.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웅포면은 이색 농촌체험을 찾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다. 웅포에서 친환경으로 재배되는 블루베리를 활용한 호떡, 케잌, 인절미 만들기를 비롯해 쑥개떡 만들기, 계절별 효소담기 등 다양한 식생활 체험이 가능하다. 요리에 자신이 없고 손재주도 별로인 기자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블루베리 호떡 만들기 체험을 도전했다.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체험 시작 전부터 철저한 교육이 진행됐다. 단번에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호떡을 만드는 중간 중간 직원들이 시범을 보여주고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재미는 물론, 직접 만든 호떡을 시식해보니 맛도 좋아 뿌듯함이 배가됐다.

자전거를 대여해 웅포 곰개나루 금강자전거길을 달렸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배불리 먹었으니 운동으로 칼로리를 불태워보고자 자전거를 대여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휴가철 가볼만한 매력적인 국토종주 자전거길 코스 20선 중 한곳으로 선정된 곰개나루 구간 금강자전거길로 향했다. 산들강웅포마을과 붕새 언덕마을을 거쳐 성당포구에 이르는 13km 구간으로 초보자들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다. 5월 말 방문하니 자전거길 따라 노랗고 하얀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어 오감이 즐거웠다. 서해 5대 낙조 중 한곳인 금강변의 명품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해질녘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황포돛배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는 백현기 산들강웅포마을 운영위원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 마을에선 식생활 체험뿐 아니라 황포돛배 체험, 대나무 통피리 체험 등 일반 체험과 농사현장 체험도 진행한다. 백현기 산들강웅포마을 운영위원장의 교육을 받아 황포돛배 만들기 체험에 참가했다. 곰개나루의 황포돛배와 닮은꼴 배를 직접 꾸미고 조립해보는 체험인데, 보기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1시간 반 동안 조각들과의 사투 끝에 나만의 황포돛배 조립을 완성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푹 빠져들어 즐기게 된다. 농사체험은 5월, 6월, 10월마다 다르게 진행하니 사전 문의를 통해 해당 시기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의 종류를 확인하자.

3. 최북단 야생차밭 녹색체험, 익산산림문화체험관
익산산림문화체험관에서 내려다본 차밭.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익산 웅포면의 입점리 구룡목마을에는 국내 최북단 차나무 군락지가 있다. 기존 야생차 북방한계지로 알려진 김제시 금산사보다 약 30km 위쪽에 있다. 익산산림문화체험관 옆 약 2만㎡(약 6000평)의 차밭은 하동에서 가져온 차나무를 심어서 키운 것이지만, 체험관 뒷쪽 봉화산 자락의 1만여 그루는 야생적으로 자란 것이다. 이곳에는 조선 전기에 손실됐다고 전해지는 ‘임해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당시 임해사에서 재배하던 차나무가 절이 소실된 이후 야생 상태로 남아 지금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익산시는 구룡목마을의 입구에 ‘대한민국 최북단 차나무 군락지’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마을 입구도로를 ‘녹차마을길’로 명명했다. 익산산림조합은 익산산림문화체험관을 통해 녹차밭 산책길 조성과 제다체험제공, 숲속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문화체험관으로 오르는 길을 걷다보면 은은하게 코를 간질이는 차 내음에 멈칫하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테라스, 카페 등 쉬어갈 공간이 많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체험관에 오르면 차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스폿이 나온다. 커피 한 잔 하며 책도 읽고,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채 향긋한 차내음 맡으며 진정한 힐링을 누릴 수 있다.

다도체험, 목공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곳에선 다도체험, 제다체험, 목공체험, 유아숲체험 등 다양한 녹색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한 유치원에서 단체로 방문해 어린이들이 체험관을 가득 채웠다. 체험을 진행하는 공간은 우드 인테리어와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숲뷰’로 인해 자연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차 마시는 예절부터 손수 녹차를 만드는 체험, 창작물 제작까지. 아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예절 교육과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이색적인 경험까지 누릴 수 있다.

​4. 국가가 허락한 '마약'밥, 본향
본향 전경.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아이와 함께 익산여행 중 가볼만한 맛집을 찾는다면 ‘본향’을 추천한다. 보석박물관, 공룡테마파크 등 인근에 아이들이 좋아할 스폿들이 많아 함께 들르기 좋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건물 외관부터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건물 뒷편 노란 꽃과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식당 인근에는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5월말 방문하니 노란 꽃이 한가득 폈다.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 주말에는 종종 웨이팅을 해야 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지루할 틈 없을 듯하다.

서동선화4인정식.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본향의 대표 메뉴는 ‘마약밥’이다. 이름을 듣고 멈칫했는데 알고보니 익산의 특산품인 ‘서동 마’를 주재료로 한 퓨전 한정식집이었다. 밥은 물론 피자, 튀김에도 모두 마가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마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싹 비웠다. 다양한 양념 및 조리 방식으로 마의 맛이 많이 두드러지지 않아 편식하는 아이들까지 뚝딱 비울 것 같다. 상다리 부러질 듯 푸짐하게 나오는 정식이 4인기준 6만원이라는 착한 가격도 매력적이다.

[​익산(전북)=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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