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아를 가르쳤죠"..경남고에서만 28년, 우승 뒤 떠올린 제자들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아(애)가 아를 가르쳤죠."
전광열 감독(51)은 1995년에 모교 경남고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3학년 학생들과 나이차는 7살밖에 나지 않았다. 제자들 못지않게 혈기 왕성했던 24살 지도자는 이제 나이 50대 중년이 됐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보직만 바뀌었을 뿐, 28년째 한결같이 모교를 지키며 프로 무대를 누빌 좋은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경남고는 30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청담고와 결승전에서 7-2로 역전승했다. 0-2로 끌려가다 7회초 대거 5점을 뽑으면서 청담고에 넘겨줄 뻔했던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무려 48년을 기다린 황금사자기 우승이다. 경남고는 1947, 1948, 1949, 1955, 1967, 1974년까지 6차례 황금사자기 정상에 오른 뒤로는 좀처럼 우승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준우승도 1987년이 마지막이었다. 전 감독은 48년을 기다린 경남고의 숙원을 이루자 활짝 웃었다. 2014년 말 감독으로 부임한 뒤로는 처음으로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전 감독은 "황금사자기에서 48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올해 우리 학교가 개교 80주년을 맞이했다. 그래서 겹경사다. 감독으로 전국대회 첫 우승인데, 그동안 워낙 많이 져봤다. 많이 져 봤기에 오늘(30일)은 애들이 충분히 이길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처는 0-2로 뒤진 7회초였다. 선두타자 김범석이 사구로 출루하면서 청담고 에이스 류현곤을 끌어내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류현곤은 6회까지 삼진 11개를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경남고 타선을 틀어막고 있었다.
조세익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무사 1, 2루 기회로 연결했고, 장수원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는 임성규가 볼넷을 얻어 만루가 됐다. 이후 배정운의 1타점 적시타와 권태인의 밀어내기 볼넷, 오상택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강민우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대거 5점을 뽑으면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마운드는 3학년 에이스 신영우가 사사구 6개를 내주는 제구 난조 속에서도 5이닝 3피안타 9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버틴 게 컸다. 6회부터는 2학년 나윤호가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승리투수가 된 나윤호는 대회 MVP로 선정됐다.
전 감독은 "7회에 선두타자가 살아나가면서 역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초반에 1~2점 줘서 지고 있어도 후반에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류현곤이) 투구 수가 늘면서 구위를 계속 확인했는데,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잘 대응해 한 번 온 기회를 잘 살렸다"고 칭찬했다.
감독으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 28년 동안 가르쳤던 제자들의 얼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SSG 랜더스 외야수 한유섬(33)은 이날 음료 50여 잔을 사 들고 직접 경기장을 찾아와 후배들을 응원했고, 키움 히어로즈 투수 노운현(19)은 대회 기간 선수단이 서울에서 머무는 숙소를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
한유섬은 전 감독을 "훈련을 정말 많이 시켰던 분"으로 기억했다. 전 감독은 이 말을 전해 듣고는 "같이 힘들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코치가 많지 않아서 같이 붙어서 훈련했다. 그때는 나도 어렸다. 아가 아를 가르칠 때니까. 평소 (한)유섬이랑은 연락을 자주 한다. 이제는 같이 소주 한 잔 할 나이가 됐다. 벌써 애도 낳고 키우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첫 제자 생각에 잠시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전 감독은 "정인석(1996년 롯데 입단 투수)이라고 내가 1995년에 처음 왔을 때 3학년이었다. 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 그때 3학년이라 나랑은 7살 차이였는데"라고 덤덤하게 추억했다.
이어 "1997년에는 김진수 두산 배터리 코치가 있었고, 1998년 송승준, 이후로 이대호, 한동희, 최준용 그렇게 쭉 간다"고 덧붙이며 하나하나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제자들을 되돌아봤다.
어렵게 우승 물꼬를 튼 만큼 좋은 분위기가 쭉 이어지길 바랐다. 전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느껴보고 즐겨봤으니까. 선수들이 계속 잘해 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코치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전 감독은 "류은재, 박현승, 정수찬 코치가 정말 수고 많았다. 감독이 많이 부족한데도 자리를 지켜줬다. 코치님들이 옆에서 워낙 아이들과 긴밀하게 훈련을 잘해줬다. 진짜 코치님들이 있어 든든하다"며 우승의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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