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 메가시티가 이끄는 지역 주도 균형발전
최근 포스코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를 서울에 두려고 했다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포항시 뿐만 아니라 경북도까지 나서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과거 SK하이닉스 사례와도 닮아있다. 당시 구미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용지 무상임대부터 직원 사택, 체육시설 제공 등 각종 혜택을 제안했으나, 결국 SK는 용인으로 입지를 결정했다.
포스코와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수도권행을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방에서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인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탈로 지역경제의 기반 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실업, 인구감소,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지역의 위기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간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노무현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균형발전 정책은 공공기관 이전, 5+2 광역경제권 구축, 지역행복생활권 조성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역의 기대감에 비해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정책이 국가 주도였다는 데 있다. 공모사업과 같이 하향식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지역 주도의 계획 수립이 어려웠다. 따라서 지역발전에 필요한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에 부지를 제공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 기업이 원하는 핵심 인재들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이 각각의 특수성과 수요에 따라 스스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부울경, 대구경북 등이 지역 주도로 메가시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이 주도한다는 점, 특별지방자치단체라는 견고한 추진체계가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균형발전 정책들과 차이가 있다.
특히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협력제도들과 달리, 규약으로 정하는 사무처리 범위 내에서 조례·규칙 제정권, 인사·조직권 등의 자치권을 가지며 별도의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구성하여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특별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여 지역 간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강화한다.
정부도 지역의 메가시티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을 마련한 이후, ‘범정부 초광역 지원협의회’를 구성하여 관계부처와 지역 간 협의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지난 4월 18일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하 ‘부울경특별연합’)’이 설치되었다.
부울경특별연합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단일한 경제·생활권을 조성하여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울경은 지역의 산업 여건을 반영해 자동차·조선·항공에 주력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수소와 디지털 기반으로 산업생태계를 전면 전환함으로써 권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계획이다. 공간적 차원에서는 공항-항만-철도 트라이포트(Tri-port)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플랫폼을 조성하고, 초광역교통망을 구축하여 산업 거점지역 간 연계를 강화할 것이다.
산업과 인재의 선순환구조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울경 통합 지역혁신플랫폼을 통해 전략산업에 특화된 교육체계를 만들고, 캠퍼스혁신파크와 도심융합특구 등을 활용해 산업-교육-주거-문화를 연계함으로써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재가 지역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무사히 예선을 통과하고 이제 본선 경기를 시작했다. 앞으로 성공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면, 지역이 더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가지고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통령인수위의 지역균형특위에서도 초광역지역정부에 초광역지역계획권과 산업경제·교통·환경·안전 등의 권한을 부여하고, 특별지방행정기관과 같은 국가 기능을 이관하며, 분권혁신특구를 조성하는 내용의 과제를 내놓았다. 이제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구체화하여 지역의 자율적인 협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도 균형발전 시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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