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 10대들

서울문화사 2022. 5. 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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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콘텐츠가 안방극장에 착륙했다. 세상이 변했다.

MBN 예능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적 선입견 속에서 육아를 이어가는 10대 부모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프로다.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해 부모의 역할을 해내려 하고, 여느 부부가 그렇듯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고딩엄빠>는 이들의 일상을 비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력이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 부모를 위한 제도가 부재하다는 것부터 학업 단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는다. 같은 선상에서 10대의 임신을 이야기하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있다. 극에서는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 커플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고뇌에 빠졌다가 부모가 되기로 한다. 자신의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밝힌 뒤 마주하는 암담한 현실을 세세하게 다룬다. 두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동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했던 10대 부모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자칫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딩엄빠>의 주역인 남성현 PD와 주기쁨 작가를 만나 10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딩엄빠> 시즌 1이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주기쁨 작가(이하 ‘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다. 10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인 30~50대의 정서가 다르다는 데서 프로그램 방향성을 착안했다. 기성세대는 청소년 시기에 부모가 되면 무조건 불행할 거라고만 생각한다. 물론 육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불행과 직결된다고 해석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이들의 삶을 보여주기로 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남성현 PD(이하 ‘남’)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10대 부모라고 해서 유별날 게 없다. 부부관계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어린 나이에 겪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인가?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청소년기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이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동안 비쳐지지 않았던 그들의 일상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10대 부모가 존재한다. 그들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인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또 가정과 아이를 책임지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회적인 선입견을 거둬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10대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궁금하다.

교육이 단절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보통 여학생들은 임신한 뒤에 학교를 그만둔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다. 제도권 안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한 성인 여성도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데, 이 아이들의 현실은 더 암담하다. 소위 ‘학습 단절녀’가 되는 거다. 추후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육아에만 집중해야 하는 여건인 아이들은 이마저도 힘들다. 법적으로 임신하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사실 같은 반 친구가 임신했다고 ‘나도 따라서 임신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임신으로 인해 교육권이 박탈되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모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아이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더라. 부모가 출산을 선택한 자녀를 인정해주고 심리적인 부분에서 안정감을 주면 힘들어도 잘 사는 반면,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출연진도 있는데, 프로그램 차원에서 마련한 지원책이 있는가?

변호사, 심리상담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언제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사전에 섭외했다. 또 직업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 면접 기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연결해주곤 한다.

우리가 준비한 모든 지원책은 아이들이 원할 때 기능한다. 간혹 도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출연진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법적 대응으로 응수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간혹 아이들이 악성댓글을 보고 본인이 잘못한 것인지 헷갈려할 때가 있는데,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향한 비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산후)우울증 핑계를 대지 말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우울증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 위험한 질병인데,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매 순간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건 당사자인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상처 주는 말보다 아이들을 위한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내용을 제시해주시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 반응을 꼽으면?

10대 때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분이 방송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다. 본인이 선택한 일을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TV에 출연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본인의 삶을 공개한 게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걸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제작진으로서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출연진이 방송 후 부모님과 화해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다. 방송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상했던 마음이 풀린 거다. 작게나마 아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시즌 1이 끝나고 6월 7일 <고딩엄빠> 시즌 2가 첫 방송된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청소년 신분으로 부모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물론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에 속상함을 내비친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본인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봐주시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시즌 2에서는 더 다양한 10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담을 전망이다. 시즌 1 방영 전과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사회에서 10대 부모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는 게 많지 않길 바란다. 방송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을 꼽자면, 아이들이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리고 비난은 제작진에게만 해줬으면 좋겠다.

 SURVEY  10대의 출산, 어떻게 생각하나요?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90명이 답했습니다.

1. 10대 출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앞으로의 삶이 걱정된다 (77%)

개인의 선택이다 (15%)

있을 수 없는 일이다 (8%)

2. 만일 미성년자 자녀가 임신 후 출산 결심을 밝힌다면?

만류할 것이다 (52.9%)

상대 부모와 협의하겠다 (31%)

선택을 존중하겠다 (13.8%)

기타 (2.3%)

3. <고딩엄빠> <우리들의 블루스> 등 10대 출산을 다루는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정적이다 (63.2%)

긍정적이다 (36.8%)

4. 그 이유는?

<'긍정적이다'>

· 10대들에게 피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부모가 되기 위해선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 ​결혼 생활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 ​10대 부부를 돕는 사회적 제도가 부재한 현실을 보여준다

<'부정적이다'>

· ​동경하고 따라 할까 봐 걱정된다

· ​임신과 출산을 가볍게 생각하게끔 조장한다

·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

· ​10대의 출산이 정상적으로 비쳐질 거 같아 염려된다

에디터 : 김연주 | 사진 : 김정선, MB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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