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마무리 기용 '신의 한 수'..'영웅군단' 키움 놀라운 진격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중간 순위 2위로 도약한 키움 히어로즈를 보노라면 야구계 안팎에서 그저 '놀랍다', '미스터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주포 박병호는 자유계약선수(FA)로 kt wiz로 떠나보내고, 마무리 조상우는 입대했다. 비중이 큰 둘이 빠져 전력 누수가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키움은 지난주 6연승을 질주하며 30일 현재 선두 SSG 랜더스에 5경기 뒤진 2위로 올라섰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진격하는 키움의 기세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늦가을 낙엽처럼 차례로 바스러졌다.
이용규가 오른쪽 어깨뼈 골절로 이탈하고, KIA 타이거즈에서 이적 후 맹타를 휘두르던 김태진마저 발목 인대 파열로 빠진 상황에서 이룬 값진 연승이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잘 나가는 이유를 좀처럼 모르겠다"는 답이 태반이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수치를 보면, 마운드가 무척 안정적이다. 선발과 불펜 모두 기세등등하다.
키움은 전체 30승 중 23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이는 선발진의 이름값과 무게감에서 리그 최정상이라는 SSG(24승)에 불과 1승 모자란다.
6승으로 다승 공동 1위를 달리는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 콤비에 KBO리그 적응을 마친 타일러 애플러가 4승을 보태 확실한 선발 트리오를 구축했다.
세 선수의 평균자책점은 모두 2점대로 안정감을 준다. 여기에 최원태·정찬헌(이상 3승), 한현희(1승)가 삼총사의 뒤를 받친다.
김재웅(14홀드), 문성현(7홀드, 3세이브), 하영민(2승 1홀드), 이승호(6홀드, 4세이브)가 버티는 뒷문도 막강하다. 김재웅과 이승호 두 왼손 듀오의 평균자책점은 1점대 초반으로 극강의 수준이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승호를 마무리로 기용한 점이 '신의 한 수'"라고 짚었다.
소방수 김태훈이 충수염 수술로 이탈하자 키움은 문성현을 임시 마무리로 기용하다가 이달 하순부터 이승호에게 중책을 맡겼다.
선발로 경험을 쌓다가 지난해 중반 불펜으로 돌아선 이승호는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4연속 세이브로 기대에 화답했다.
이 위원은 "이승호가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 때와 달리 구원 투수로 1이닝을 전력투구하면서 잘 막아준다"며 "또 선발 투수들이 게임을 끌어갈 수 있도록 최소 실점으로 제 몫을 해내면서 전반적으로 불펜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1이닝 전력투구로 이승호의 구속이 크게 상승했고, 187㎝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이승호 공의 각도가 좋아 타자들이 쉽게 못 친다는 설명이다.
김태훈마저 치료를 마치고 곧 돌아오면 키움의 불펜은 더욱 높아진다.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히어로즈만의 구단 육성 시스템에 집중하는 이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시범 경기에서 다른 팀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주전들을 기용하기에도 급급했으나 키움은 신인급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분석했다.
원래 시범경기가 '새 얼굴'을 위한 무대라곤 하나 대부분 팀은 스프링캠프에서 1군 자원의 윤곽을 확정한 뒤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전력을 점검하는 리허설의 장으로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러다 보니 키움의 신인급 중용이 기존 구단에는 신선하게 보일 수도 있다.
기회를 균등하게 주되 능력껏 주전을 꿰차라는 키움 구단의 육성 정책에 신인급 선수들이 겁 없이 부응했다.
키움 타선의 구심점 이정후(24)와 김혜성(23), 송성문(26) 삼총사를 비롯해 김휘집(20), 시즌 초반 무섭게 몰아친 신인 박찬혁(19) 등 베테랑 없어도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타선을 이끌어가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선발진의 핵심 안우진(23)과 불펜의 중심 김재웅(24), 이승호(23)도 20대 트리오다.
특별한 팀 분위기에서 배양된, 찬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성은 결승타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이정후(6개), 송성문(5개), 김혜성(4개)이 결승타 순위 상위 10위에 포진했다. 오지환(8개), 김현수(5개), 홍창기(4개)를 앞세운 LG 트윈스만큼이나 키움 타자들도 고르게 승패를 결정지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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