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어 부산서도 1000명 오픈런"..'원소주' 인기 끝없다 [르포]

이상현 2022. 5. 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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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소재 팝업 스토어 '지에스 원' 앞에 소비자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상현 기자]
"아니, 무슨 2시간 전에 와도 몇백명이야."

31일 오전 9시 20분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이곳에서 만난 20대 소비자 A씨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길게 늘어선 행렬의 맨 끝으로 향했다. A씨는 "그래도 살 수는 있겠지"라며 동행한 친구에게인지, 자신에게인지 모를 말을 연신 되뇌었다.

A씨의 앞에는 그보다 먼저 온 소비자 280여명이 줄 서 있었다. 개중에는 돗자리나 캠핑용 간이 의자까지 들고 온 이들도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수백여명의 소비자가 몰려 개점을 기다린 이곳은 원소주 팝업 스토어 '지에스 원(GS WON)'이다.

'지에스 원'은 편의점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과 가수 박재범이 대표로 재직 중인 원스피리츠가 손잡고 부산에 마련한 매장이다. 매장은 이날 오전 11시 운영을 시작해 일주일 뒤인 내달 6일 문을 닫는다.

개장 전부터 소비자들이 몰려든 건 원스피리츠의 전통 소주 '원소주'를 구매하기 위함이다. 원소주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획기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비수도권 지역 첫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연 이날 오전 11시께 매장 앞에는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팝업 스토어 '지에스 원'에서 판매 중인 원소주 제품(위)과 티셔츠 등 관련 굿즈(아래). [이상현 기자]
매장에 가장 먼저 온 이는 자정께부터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줄을 선 이들은 대부분 2030 세대였고, 중장년 소비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매장을 중심으로 좌우 약 400m에 달하는 긴 줄이 U자 모양으로 늘어섰는데 인근 상인들이 가게에서 나와 이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골목에서 개인 점포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B씨는 "아침에 가게 문을 열면서 깜짝 놀랐다. 이 골목에 이렇게 사람이 몰린 건 처음"이라며 "이게 다 술을 사러 온 사람이 맞느냐"고 연신 물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원소주가 처음 등장한 지 3개월여가 지났음에도 소비자들이 대거 몰려든 까닭은 수요 대비 시장공급량이 적어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가수 박재범이 만들었다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내용물 없는 공병이 5000~8000원에 판매될 정도다.

또 지난달에는 온라인 쇼핑몰이 오류를 일으켜 배송 가능한 물량을 초과해 결제가 이뤄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쇼핑물이 운영을 잠정 중단한 현재로서는 원소주를 구매할 길이 사실상 팝업 스토어 밖에 없다.

50번대 순번을 받은 20대 소비자 C씨는 "원소주를 구하기도 힘든데 매장에서 각종 굿즈까지 판다고 해 안 올 수가 없었다"며 "주변 친구들이 부탁한 몫까지 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 측은 이날 매장 내 혼잡을 우려해 소비자들이 15명씩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준비된 원소주 물량은 3만병인데 9000병은 GS리테일의 '와인25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판매한다. 나머지 2만1000병은 하루에 3000병씩 일주일에 걸쳐 판매할 계획이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소재 팝업 스토어 '지에스 원'. 이 매장은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일주일간 영업한다. [이상현 기자]
친구들과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고 원소주를 사러 왔다는 20대 소비자 D씨는 "인당 최대 구매 수량이 8병이라고 알고 있다. 다들 8병을 사갈 텐데 내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초조함과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원스피리츠는 올해 하반기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후속작 출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전국 GS25를 통해 원소주의 후속작인 '원소주스피릿'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날 매장을 찾은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는 "아직 다음 팝업 스토어 계획은 없다"면서도 "곧 GS25에서 '원소주스피릿'을 출시할 예정이다. 마케팅 등을 GS25와 협력해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CCO는 부산을 행사 장소로 택한 데 대해 "정말 많은 지역이 와 달라고 했는데 상징적으로 첫 행사를 하고 싶었던 곳이 부산이었다"라며 "특히 전포동은 스트릿브랜드와 카페 등이 많이 있어 그 분위기를 (제품과 연계해) 더 띄우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팝업 스토어는 3개 층으로 마련됐다. 1층에서는 원소주 제품을 살 수 있고, 2층에서는 티셔츠와 모자, 냉장고 자석, 골프공 등 각종 굿즈를 찾아볼 수 있다. 굿즈 중에는 최근 2030 세대로부터 호응받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도 있다. 매장 3층에는 사무실이 위치한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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