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우리가 막는다"..'유튜버 자경단'에 오염된 선거판
시민 불만에 정치권도 '거리두기'..이준석 "유튜브와 정당, 목적 달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2021년 3월9일, 대통령 선거 당일 인천 부평구의 한 개표소 앞에 소란이 일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신원 미상 남녀가 정체불명 투표함을 개표소로 반입하려 한다'고 외치면서다. 선관위 측은 "투표관리관과 개표 참관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들은 "선거조작 현장을 적발했다"며 길을 터주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오전 4시45분이 돼서야 보수 유튜버 20여 명이 참관하는 가운데 개표가 이뤄졌고, 해당 투표함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표가 가장 많이 나왔다.
#2022년 5월28일,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인천 계양구 한 투표소 앞. 카메라를 든 유튜버 몇 명이 모여 유권자 동선과 사전투표사무원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를 생중계하며 '투표 조작'을 막겠다고 엄포를 놨다. 허가받지 않은 촬영에 일부 시민과 주변 사무원들이 카메라를 물리라고 항의하자, "대선 때처럼 부정선거 하려는 것 아니냐", "얼굴 다 찍고 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부 정치 유튜버들의 '선동과 난동'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이들이 정치 논평을 넘어 부정 투표 의혹을 선거 때마다 제기하면서다. 나아가 상대편 지지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하는 모습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야 모두 유튜버들과 거리를 두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적극적인 고발 조치로 맞대응하는 양상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는 범법 유튜버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부 유튜버들의 유세 현장과 투표 현장을 촬영하는 방식이 법의 테두리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선관위는 무단으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전투표소에 출입하는 유권자와 사전투표사무원을 촬영, 실시간으로 유튜브 채널에 중계한 유튜버 A씨를 지난 30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사전투표일인 지난 27~28일 사전투표소에 출입하는 유권자와 사전투표사무원의 동선 등이 보이도록 촬영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중계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163조(투표소 등의 출입제한) 1항 및 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1항, 형법 319조(주거침입·퇴거불응)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선관위 측은 설명했다.
인천시 계양구선관위도 선관위 사무소를 소요·교란한 혐의 등으로 유튜버 B씨 등 5명을 인천지검에 고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8일 계양구선관위의 관내 사전투표함 접수 등 선거사무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계양구선관위 사무소를 소요·교란하고 선거사무 종사자를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 사무소를 소요·교란하거나 선거사무종사자를 폭행·협박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집회·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
정치 유튜버와 시민 간의 분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30일 인천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폭행 및 모욕 혐의로 시민단체 소속 40대 C씨와 30대 유튜버 D씨를 입건했다. 이들은 29일 인천 계양구 임학사거리 인근에서 언쟁을 벌이다 몸싸움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지난 28일에도 인천에서 집회 중이던 보수 성향 유튜버와 인근 주민 사이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
유튜버 "표현의 자유" vs 정치권 "확증 편향 우려"
일부 유튜버들은 국가가 '낡은 관념'으로 유튜버를 과도하게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30대 전아무개씨(35)는 "언론과 정치가 먼저 시민에게 불신을 안겼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는 게 옳다고 믿게 됐다"며 "목소리를 내는 게 늘 평화로울 수 없다. 합리적인 의심마저 '가짜뉴스'로 선동하고 고발한다면 과거 유신정권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이 반론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채 '일방의 주장'만 고집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언론의 경우 오보를 냈을 때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반론이나 정정보도문을 싣게 된다. 그러나 유튜버는 의혹이 거짓으로 판명되더라도 별다른 해명 방송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보니 해당 채널을 구독하는 시청자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믿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언론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심하다"며 "최근에는 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더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유튜버의 주장이 더 발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치 유튜버와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이들과 손을 잡는 순간 합리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준석 국민위힘 대표는 지난해 9월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는 알고리즘을 통해 본인이 보고 싶어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준다"며 "시청시간을 극대화하고 그에 따른 광고매출을 얻어가는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과 최대한 표를 얻어가야 하는 정당의 목적은 아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국민을 바라보면서 당의 노선을 정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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