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한미정상회담 열흘 만에 "최악의 망국선언" 비난

"반역·굴종·무지가 낳은 합의.. 南, 핵전쟁 마당 될 것"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회담 합의 내용을 비난하고 나섰다. 31일자 선전매체 기사를 통해서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반역과 굴종, 무지가 낳은 최악의 망국선언'이란 기사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현대판 을사 5조약'이라고 비난하면서 특히 한미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한 사실에 크게 반발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 "대북 강경정책을 공식화하고 친미 사대 매국노의 대결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남조선(남한)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구축 전략 실현에 적극 편승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또 EDSCG 재가동과 관련해 "남조선이 미국의 세계적인 핵전쟁 전략 수행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침략열에 들뜬 상전(미국)의 북침 핵전쟁 야망에 한껏 부채질해대면서 남조선을 미국의 핵전쟁 마당으로 통째로 섬겨 바쳤다"고 공격했다.

매체는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안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불편한 입장을 보였다. 해당 문안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메아리는 "이 문안은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적 패권 유지와 지역문제에 대한 간섭, 경쟁대국에 대한 포위환 형성을 위해 늘 떠벌이기 좋아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메아리는 우리 정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 정부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한 데 대해서도 "주변대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것"이라며 중국 편을 들었다.

매체는 윤 대통령에 대해 "친미 굴종이 체질화되고 무지무식이 견줄 바 없다"며 "남조선이 주변나라들의 경제·군사적 보복 조치를 스스로 청하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도 사회과학원 연구사 명의의 글에서 우리 대통령실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사실을 거론, "남조선이 미국의 51번째주가 됐다"고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 역시 남한의 학계·언론계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로 남한이 미국에 '경제 주권'을 넘긴 것과 같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식의 글을 게재하며 비난전에 가세했다.

북한이 매체를 통해서나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한의 고위 당국자 명의 담화·성명이 아닌 선전매체 기사는 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는 선전용 메시지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