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장관 대면 회담 추진..'핫라인' 단절·우발적 충돌 우려 속 첫 만남 전망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별도 국방장관 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이 성사되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 회담을 하게 된다. 양국 국방장관 대면 회담은 2019년 11월 이후 2년반 동안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이 다음달 10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에서 바이든 정부 들어 첫 국방장관 대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관하는 다자 안보회의로 그동안에도 미·중 국방수장의 대면 접촉 기회로 활용돼 왔다. 2019년에도 이 회의를 계기로 당시 패트릭 새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웨이 부장이 만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020년부터 2년 동안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양국 국방장관의 대면 만남 기회도 제한됐다. 양국 국방장관의 대면 회담은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과 웨이 부장이 2019년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과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두 사람의 전화 통화도 오스틴 장관 취임 15개월만인 지난 4월에야 처음 성사됐다. 당시 양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 문제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다. 두 사람의 대면 만남이 추진됨에 따라 양국간 대화 단절로 인한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미·중 양측의 ‘핫라인’이 단절됨으로써 군사적인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양측 사이에 의도하지 않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2001년 미 해군 정찰기가 중국 하이난 동남부에서 근접 정찰을 하다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것과 같은 우발적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 있고, 이런 사고가 일어난다면 대화 단절로 인해 양측이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국제위기그룹(ISG) 중국 분석가인 아만다 샤오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현재 증가하는 위험은 2001년보다 훨씬 크다”면서 “당시 우리는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까지 11일 간의 교착 상태와 긴장의 시기를 목격했는데 만약 오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런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면서 “현재 미·중 사이의 대화는 거의 사라졌고 더 많은 배와 비행기, 잠수함이 중국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우발적 위기에 대한 공포는 커지고 있다”며 이번 샹그릴라 대화가 양측에 작은 기회의 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중 국방장관 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방부는 회담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고, 미 국방부는 아직 회담 관련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일단 미국과 중국 모두 오스틴 장관과 웨이 부장의 샹그릴라 대화 참석은 공식 확인한 상태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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