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예술인 정치권 줄 서게 하는 구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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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대마다 비판적 예술가들은 규제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군부 독재 시절에 규제가 아주 심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소외되거나 음으로 양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보수 정권이 아주 노골적으로 해왔지만 진보 정권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다.
어느 정권이나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예술가는 은근히 억압하는 그런 성향이 있다.
정권에 대해선 약간 비판적이라 해도 문화예술을 위해서라면 그 사람 생각이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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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전문성·독립성·자율성 확보해 줘야
<1회>“문화예술계 통합 문제 정말 중요”
“박근혜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내가 그 문제(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작품도 했는데 더 넓게 보면 이 문제는 아주 오래된 문제다. 어느 시대 어느 권력이나 자기들에 대해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은 핍박을 하게 돼 있다. 옛날에도 광대들이 임금을 풍자하는 놀이를 했다면 바로 잡아들여 (고문하거나) 죽였다. 그런데 예술의 본질은 때로는 비판과 풍자 속에 있다. 모든 예술가는 창조를 하는 사람들이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시대의 규범과 가치관, 질서를 깨뜨리려 하고 개혁하려고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을 가장 심각하게 억압하고 방해했던 게 일제시대다. 일제 때는 완전히 반일이다, 비판적이다 하면 바로 몰살당해. 그 당시 예술인들을 억압하는 일종의 문화예술 규제법이 생겨났고 해방 후에도 우리나라 문화 정책에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그래서 시대마다 비판적 예술가들은 규제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군부 독재 시절에 규제가 아주 심했다. 이에 많은 저항적 예술가들은 그거를 깨뜨리려고 저항도 하고 감옥도 가고 탄압도 받고 그랬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소외되거나 음으로 양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보수 정권이 아주 노골적으로 해왔지만 진보 정권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다. 어느 정권이나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예술가는 은근히 억압하는 그런 성향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는 그런 게 가장 심각한 문화예술계 병폐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비판 예술인 고문하면서 때려 잡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전부 돈줄로 예술인들을 고문하는 경향 있다. 예를 들면 어느 배우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하면 그는 이제 (일도 지원도 끊겨)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정권이 교체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게 지금 예술·문화정책에서 굉장히 심각하다. 나만 해도 노무현정부 때 장관하다가 이명박정부 들어 블랙리스트에 있었다. 그래서 활동하는 데 엄청 지장이 있었던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정부가 반대쪽, 소위 우파라고 하는 예술인들을 자연스럽게 소외시키는 것도 바르지 못했다고 본다.
예술은 예술로서의 전문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게 좋다. 그렇게 안 하면 예술가들이 전부 정치권에 줄 서게 된다. 이 정권이 되면 이쪽 권력자들한테 줄 선 예술가들이 쫙쫙 가고 저 정권이 되면 또 저 정권에 줄 서게 되고. 나는 오랫동안 그런 모습을 봤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예술계가 너무 황폐해졌다.
전에 누구냐 바이든(미국 대통령) 앞에 코미디언이 나와 ‘당신이 못 한 거 내가 얘기하겠다’며 웃기기도 하고 비판도 하니까 (바이든이) 같이 웃어줬잖나. 코미디 역할은 사회와 정치 풍자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코미디언들이 그런 거 해봐라. 방송국이 가만 놔두겠냐. 이처럼 문화예술계가 끊임없이 정치 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건 문제다.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예술인들을 자기 밑에다 두고 이용해 먹으려 하고, 자기 안 도와주면 (찍어내고 하니) 예술계도 편가르기가 너무 심해졌다. 윤석열정부는 역대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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