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사격 5분 만에 '진땀'… 예비군훈련 '상전벽해' [르포]

박응진 기자 2022. 5. 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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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과학화 훈련장 체험… 3면 멀티스크린 '현장감 백배'
실사격도 실내서 안전하게… 2024년까지 전국 40곳 설치
30일 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된 가상현실(VR) 영상모의사격 훈련. (국방일보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적대적 집단이 서초역을 통해 침투할 예정이란 첩보를 입수했다. 이를 저지하라. 통제 불능 상태의 시민 오인사격을 주의하라."

눈앞에 펼쳐진 180도 3면 멀티스크린을 통해 상부 명령이 하달됐다. 이내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선 적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시민들 사이에서 아군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응사격에 나선 기자는 같은 분대의 지원사격 덕에 주변 구조물을 이용해 엄폐하면서 탄창을 교체할 수 있었다. 기자가 몸을 숙이자 3면 멀티스크린의 화면도 엄폐물을 비추는 등 기자의 시야를 따라왔다.

불과 5분 안팎의 훈련이었지만 이마엔 땀이 맺혔다.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듯한 역동적인 훈련에 긴장감이 더해진 결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예비군 소집훈련(1~6년차)이 오는 6월2일부터 재개된다.

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은 훈련 재개를 앞두고 전 군에서 처음으로 가상현실(VR) 영상모의사격 훈련 장비를 도입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30일 이 장비를 이용한 훈련을 직접 체험했다.

이 훈련을 우선 위해선 우선 공간인식 방탄모와 전자감응 전투조끼 등을 착용하고 K2C1 소총과 유사한 모의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

방탄모엔 위치정보 센서가 달려 있고, 훈련장 천장엔 이를 인식하는 기계가 설치돼 있어 기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가상현실로 구현한 모습이 스크린에 정확히 투사됐다.

30일 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된 시가지 전투훈련. (국방일보 제공)ⓒ 뉴스1

또 전자감응 전투조끼를 통해선 실사격과 비슷한 수준의 반동이 느껴져 실감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마일즈(MILES) 장비'를 활용한 분대 대항 시가지 전투훈련도 흥미를 끌었다.

'마일즈 장비'는 레이저 발사기·감지기를 이용해 실제 교전처럼 모의 군사훈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를 말한다.

훈련 시작 전엔 분대 단위의 전술토론이 진행됐고,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건물과 차량들 사이 곳곳에서 연막이 피어올랐다.

훈련 중 상대로부터 총격을 받으면 감지기를 통해 사망, 중·경상 등 피해가 통보된다. 훈련장 전광판엔 실시간으로 피해가 인명 집계돼 즉각 승패가 결정된다.

과거엔 주로 야외에서 실시되던 실사격도 실내에서 진행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내사격 훈련장엔 훈련병과 통제요원 안전을 위해 총기 고정장치와 각 사로(射路) 간 방탄유리로 제작된 칸막이, 도비탄(총에서 발사돼 날아가는 중 장애물에 닿아 튀면서 당초 탄도를 이탈한 총알)이 발생하지 않게 설계된 표적지 등이 마련됐다.

또 표적지는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사수 앞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사수가 사격 후 표적 확인을 위해 총기 전방으로 이동할 일이 없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훈련이 가능해졌다.

30일 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된 실내사격 훈련. (국방일보 제공)ⓒ 뉴스1

사격시 발생하는 소음은 흡음판, 방음문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차단된다.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사격시 실내 소음은 약 120데시벨(㏈)이지만, 실외에선 80㏈ 이하로 줄어든다.

점심시간엔 한식과 양식 등 2종 중 미리 선택한 도시락이 제공된다. 선택 폭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맛도 향상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군은 기존 교관 주도의 강의식 교육방식을 벗어나 각종 과학화 장비를 활용한 훈련을 통해 예비군의 훈련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 당국은 올해 전국 지역예비군훈련 대상자 가운데 약 40%, 수도권 지역예비군훈련 대상자의 약 82%가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4년까진 총 40곳의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이 완성돼 '100%' 과학화 훈련이 가능할 전망이다.

군 당국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훈련 전 확진된 예비군에 대해선 확진판정 후 7일까지 입소할 수 없도록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딘 예비군은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훈련이 연기된다.

예비군훈련장에 도착한 모든 예비군을 대상으론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며 음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훈련에 참가할 수 있다. 양성인 경우 귀가 조치되고 훈련도 연기된다.

윤광우 서초 과학화예비군 훈련대장(중령)은 "훈련장 최대 수용인원의 70% 수준으로 소집훈련을 시행해 방역 여건을 더욱 유리하게 갖추는 동시에 집중적이고 내실 있는 훈련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며 "예비군들은 안심하고 입소하면 된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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