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리알·금오름·이시돌목장..이제 '서광'이 제주한다
트와이스 '시그널' 뮤비촬영지 금오름 유명
성이시돌목장 조개모양 '테시폰주택' 입소문
도구리알, 바닷가서 반영사진 찍으면 작품
별난카페, 삼동라테·무채볶음 빙떡 별미
월라봉, 산책길 조성..수려한 꽃들이 장관
제주 안덕의 서광(西光)은 숨은 명소가 여전히 많은 제주도 남서부 한복판에 있다. 제주 탐구생활에 새로운 서광(瑞光)이 될 곳은 도구리알, 금오름, 성이시돌목장, 명월, 수월봉, 월라봉, 서광리 상생카페이다. 제주도를 숱하게 찾으며, 두루 섭렵해봤던 여행마니아들이 또 무릎을 친다.
백두산 천지의 동생은 한라산 백록담이고, 백록담의 예쁜 딸은 왕매다. 신도리 해변은 하멜 일행이 표착하기 아주 오래전 신(神)이 해변에 커다란 알 세 개를 부화시킨 흔적이 있다. 왕매 품은 금악리 금오름, 알이 있었을 것 같은 곳에 물이 고인 신도리 해변 도구리알이 선봉에 선다.
제주도 지도를 펴놓고 보면 남서부가 참으로 길다. 햇빛이 잘 들어, ‘서쪽에 광청(光淸:맑은 햇살)이 임한다’는 뜻의 서광이다.
▶금오름=미니 한라산 금오름은 주차장에서 40분쯤 걸으면 정상이다. 금오름 아래 평지마을 금악-저지리가 이미 해발 130m 안팎이고, 금오름은 427m.
왕매라는 분화구는 백록담의 축소판이다. 한라산에선 흰 사슴 백록, 거문오름에선 검은 흑록이 놀았다는데, 왕매는 고동색 사슴과 황토색 노루 등 많은 야생 동물들이 걱정없이 뛰놀며 목을 축인 곳이라고 한다.
오목렌즈 모양의 분화구에 얕게 물이고여 푸른 하늘을 가득 품고 있는데, 카메라 앵글 각도, 줌 조정에 따라 중산간 초원과 바다, 근해의 차귀도·비양도 까지 담아 인생샷을 건지기도 한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왕매의 예쁜 풍경과 알수 없는 신비감에 쓰러지면서 ‘시그널’ 노래 뮤비를 찍었다.
▶이시돌목장=금악리에는 성(聖)이시돌 목장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몇 달전 조개껍질 모양의 이 목장 테시폰(Ctesiphon)식 주택이 문화재에 등재되면서 입소문이 났고, 지금은 국민들이 젖소, 양, 말들을 보며 마음 치유하며 걱정없이 노는 명소가 됐다.
메소포타미아 고대유적에서 이름을 따온 테시폰식 주택은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1960년대초 목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지은 ‘간이 쉘 구조체’ 공법의 건축물이다. 쉘형 곡면판재를 이용해 아치형으로 지면에 고정시켰다.
낡았지만 여전히 튼튼하다. 안에 들어가면 네모난 창틀은 ‘여행자 가족의 명랑한 웃음’, ‘평화로운 가축들’이라는 제목의 회화가 된다. 이시돌은 스페인의 농부 수호 성자 이시도르(Isidore)에서 따왔다.
목장 근처에는 저지문화예술인촌, 한림공원, ‘검은 용’이라 불리는 동명-명월리 구불구불 밭담 등이 있다. 청풍명월의 마을, 명월리엔 카페가된 폐교, 1㎞ 팽나무 실개천변 걷기여행길이 있어 정담도 하고 걷기에도 좋다.
▶도구리알=대정읍 신도2리 해안도로에 접어들면 제단과 비석 같은 것이 찻길 옆에 있는데, 주차장이 없어 갓길에 조심스럽게 차를 대고 가보니, 대할망 석상이 원기둥 제단의 꼭대기에 앉아있고, 1653년 하멜 일행 난파희생자 28명 위령비가 ‘신도2리 마을회’, ‘네덜란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명의로 서 있었다.
할망과 하멜이 호기심을 더 자극하더니, 바닷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해변 기암괴석의 호위를 받는 둥근 웅덩이가 3개가 신비스럽게 착상한 모습이 모인다.
화산 폭발 후 암석과 파도 간 밀당과정에서 생긴 조수웅덩이이다. 밀물 때 들어온 물이 썰물때에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돼지 여물통 ‘돌도구리’를 닮아 ‘도구리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다쪽에 서서 반영사진을 찍으면 작품이 된다.
사람이 걸어내려갈수 있는 야트막한 절벽 지형인 이곳은 파란만장한 용암-해수 조우·밀당 세레모니를 했는지, 오래된 회색암반과 현무암이 뒤섞인 모습, 콘크리트 반죽같은 클링커, 기존 암석의 균열틈으로 용암이 모르타르처럼 들어가 거북이 등처럼 생긴 지형등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큰 도구리의 한복판엔 남미지도를 닮은 바위섬도 있다. 얼핏 보목동의 소천지와 비슷하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만나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에선 차귀도와 신창풍차단지가 멋진 경치를 선사한다. 해넘이풍경맛집이기도 하다. 인근 생이기정 산책로는 신비로운 해안지층 가까이에 있어 더 흥미롭다.
▶수월봉 세계지질공원과 서광리 어르신들=서광마을은 글로벌 리조트 제주신화월드와 JDC, 마을주민의 상생활동이 빛나고, 현대적 놀이 콘텐츠, 전통적 멋과 맛이 공존하는 곳이다.
신화월드 진입로 옆에 있는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탐방로엔 군데군데 소나무 조각, 톱밥이 깔려 탐방객의 발을 편하게 한다. 다양한 식생과 울창한 수목사이로 걷다보면 조선시대에 목장 경계를 위해 만들어진 잣성과 화전경작터가 보인다.
서광리에 들어오면 주민, 제주신화월드, JDC의 합작품인 마을기업 에스지아큐먼(고용 390명, 매출 130억원)과 느영나영 감귤창고, 별난카페 등에 대한 따뜻한 얘기를 들수 있다. 서광서리의 ‘별난카페’는 어르신들이 직접 생산한 건강차를 내어온다. 비타민이 블루베리의 5배나 되는 삼동(상동나무 열매)라테와 무채볶음을 메밀로 감싼 빙떡이 별미다.
피아노,그룹사운드 악기들이 놓인 밭담옆 문화카페 감귤창고는 다양한 동서양 음료와 감귤쿠키, 핸드메이드 석고방향제,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진열해 놓았다.
▶월라봉=안덕 월라봉은 유명한 대평 박수기정의 윗편에 있다. 안덕계곡을 지나 대평포구 쪽으로 가다가 군산오름 가기 전에 오른쪽길로 접어든다. 가로수용 열대식물을 공급하는 재배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월라봉 등산로와 박수기정 절벽 윗편으로 가는 한밭소낭길이 갈라진다.
능선을 따라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고, 진지동굴과 여행자 운동기구가 나란히 있다. 아찔한 높이에서 산방산 절경을 담을 수 있는 월라봉 바위, 화순금모래 해변 방향 수려한 꽃들이 장관을 이루는 창고천, 박수기정의 비밀스러운 해식애 윗편 평지와 산방산 방향 뒷 절벽 등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주 속살 탐험은 늘 호기심 천국. 여행을 풍요롭게 한다. 드넓은 중산간 들녘과 바다를 가진 남서부엔 군데 군데 현대식 여행편의시설이 생겼어도 제주다움을 꽤 많이 갖고 있다. 이제 서광이 제주한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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