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전국 이슈' 된 김포공항 이전..국힘 '집중공세' vs 민주 '거리두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김포공항 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및 연대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서부 대개발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공항부지 첨단신도시 조성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벌어진 여야의 날선 공방이 6·1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31일까지도 지속됐다. 경기와 서울, 인천을 묶어 김포공항 이전을 광역 개발이슈로 부각하려던 민주당과, 이같은 계획이 제주도 등 연관 지역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국민의힘 공세가 전국 이슈로 번지며 지선 ‘막판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선거 직전 마지막으로 개최한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비판에 화력을 집중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제시한) ‘경기도망지사’ 이재명 후보가 김포공항마저 도망시키려 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제주 등 전국 선거가 어떻게 되든 나만 살아보겠다는 팀킬”이라며 “김포공항을 이전해서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밝혔지만 국민들은 대장동 개발 ‘먹튀’를 재연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앞서 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김포공항을 이전해 인천공항과 통합하고, 서울과 수도권 서부에 제2의 강남, 제2의 판교로 만들겠다는 ‘수도권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 주민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호기롭게 이 후보 정책에 협약했지만,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장기 프로젝트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며 “(송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는 오직 이재명을 위한 희생이었음을 말과 행동으로 증명한 것”이라며 민주당 내부 엇박자를 지적하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말이 안 되는 (김포공항 이전) 사업을 현실화시키려다보니 제주까지 가는 해저터널, 수직이착륙 비행기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며 “한 번 거짓말을 시작하면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열가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고 이 후보를 저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이날 직접 제주도를 찾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돼 온 제주지사와 제주을 보선에서도 공항이전 이슈를 고리로 판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김포공항 이전, 제주해저터널 건설 등 민주당 공약이 제주 관광산업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에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인천과 계양을에 한정하며 전국 선거와는 거리를 두는 기류가 감지됐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서) 아무 조율 없이 (공약이) 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과 관련된 문제는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모인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김포공항’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제주와 경기 등 전국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당내 메시지를 조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은 공항 이전 이슈를 막판까지 주요 쟁점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캠프 대변인을 맡은 김남국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의 김포공항 이전 반대는 지방선거 최악의 자살골이 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이기재 국민의힘 양천구청장 후보와 인천 중구청장 예비후보였던 박정숙 인천시의원도 공항 이전 추진을 공약한 바 있다”며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은 이 사실도 모른 채 오로지 상대 진영 분열과 갈등을 의도하며 선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