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태클걸며 텃세 부리던 동료들, 나중엔 아무 말도 못했죠"

허종호 기자 2022. 5. 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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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동료들이 강하게 태클한 뒤 '디스 이스 잉글리시 풋볼(이것이 잉글랜드 축구)'이라고 했어요."

3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소연(31·수원 FC 위민)은 8년 전 잉글랜드 무대 진출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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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FC 위민의 지소연이 3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카페에서 잉글랜드 활동 8년간의 경험과 국내 복귀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국내로 돌아온 지소연, 잉글랜드 무대 진출 당시 심경 토로

“넘어진 내게 ‘이게 잉글랜드 축구’

나중에 내 플레이 보고 마음 풀어

등번호‘10’영구결번 요청도해”

첼시유니폼 입고 210경기 68득점

“처음엔 동료들이 강하게 태클한 뒤 ‘디스 이스 잉글리시 풋볼(이것이 잉글랜드 축구)’이라고 했어요.”

3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소연(31·수원 FC 위민)은 8년 전 잉글랜드 무대 진출 당시를 회상했다. 지소연은 “입단 초기엔 동료들이 나를 거칠게 대했다. 팀훈련에서 강한 태클을 했고, 넘어진 내게 다가와선 ‘디스 이스 잉글리시 풋볼’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지소연은 2014년 고베 아이낙(일본)에서 첼시 위민(잉글랜드)으로 이적하며 구단 내 최고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동료들은 지소연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소연은 “알지도 못하는 아시아 선수가 등번호 10(에이스 상징)을 받은 데다가 혼자 프로 계약을 했으니 텃세를 부린 셈”이라며 “그러나 경기장에서 내 플레이를 보고 나중엔 아무 말도 못 했다. 실력으로 보여줬기에 텃세도 수그러들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이방인이었지만 이제는 첼시의 레전드다. 지소연은 8년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다. 첼시는 지금까지 6차례 정규리그, 4차례 잉글랜드축구협회컵, 2차례 리그컵 우승을 차지했는데, 모두 지소연이 있었다. 지소연은 210경기에 출전해 68득점을 올리며 첼시의 역사를 썼다.

특히 지소연은 2014∼2015시즌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PFA 올해의 선수는 동료들이 선정하는 상. 지소연은 남녀를 통틀어 P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첫 번째이자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받지 못했다. 지소연은 “처음엔 어떤 상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의미를 알고 놀랐다”며 “항상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잉글랜드 진출 초기에 인정받아 매우 고마웠다”고 밝혔다.

지소연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 선수로 평가받는다. 첼시가 올해 지소연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잔류를 요청한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지소연은 국내 여자축구 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해 WK리그 수원 입단을 선택했다. 지소연은 “친언니 같은 존재인 엠마 헤이스 첼시 감독님이 같이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며 설득했으나 내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함께 한참 동안 울었다”며 “동료 밀리 브라이트는 구단에 내 번호(10)의 영구 결번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선수가 10번을 원할 것이라고 하니, ‘어떤 선수도 지소연을 대체할 수 없다. 은퇴할 때까지 함께하자’고 하더라. 매우 고마웠고, 그런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소연은 첼시와 작별할 때 울지 않았다. 지소연은 “좋은 결과 속에서 동료, 팬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며 “축구협회컵 결승전엔 역대 최다인 4만9094명이 몰렸는데,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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