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밥 굶어 모은 돈입니다, 이순신 장군 묘 지켜주세요"

"우리들은 불행히도 남의 나라에 사는 신세지만 항상 조국을 생각해 왔습니다. 거북선을 만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토가 경매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한 홉씩 덜어 이를 판 돈 50전을 보내오니, 땅을 지킬 수 있기를 천만 번 비나이다."

- 서소선 박순이 올림 -

일제강점기 시절, 이순신 장군 묘소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쌀을 팔고 밥까지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끝까지 지켜낸 우리 조상들의 고군분투사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한 홉씩 덜어 이를 판 돈 50전을 보내오니, 땅을 지킬 수 있기를 천만 번 비나이다." 성금과 함께 동봉된 서소선·박순이의 편지. (사진=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이순신 장군 묘소를 지키기 위한 성금 모금 운동 과정을 담은 <일제강점기 이충무공 묘소 보존과 현충사 중건 민족 성금 편지 및 자료>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30일 밝혔습니다.

1931년 5월 충남 아산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묘소와 위토(位土)가 충무공 후손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경매로 팔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는 물론 바다 건너 해외 동포들까지 성금 모으기 운동이 일었습니다. (* 위토(位土) : 문중에서 조상 제사 경비를 마련하고자 농사를 짓는 토지)

1932년 3월까지 1년 가까이 이어진 성금 모금 운동에는 국내외 2만여 명과 400여 단체가 동참했고, 당시 화폐 가치 기준으로 약 1만 6천 원이 모였습니다.

이는 충무공 후손들의 빚 2천372원을 모두 갚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한 규모로 나머지 돈으로는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헐었던 충무공 사당인 현충사도 다시 지었습니다.

당시 성금과 함께 동봉된 편지에는 밥 짓는 쌀을 한 홉씩 모아 판돈(50전)을 보낸 서소선 · 박순이, 괴산 연광학원의 학우 60여 명이 모은 돈(1원), 점심을 굶고 모은 돈(11원)을 보낸 평양 기독병원 간호부 40명 등 국내는 물론 일본, 미주, 멕시코 지역 한인 · 유학생 등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한 다양한 사연이 담겼습니다.

이 편지들은 충무공 고택 내 창고(목함)에 보관되어 오다가 2012년에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감정과 역사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이 편지들은 암담한 일제강점기 시절, 쌀 한 톨을 아끼고 또 밥까지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이순신 장군 묘소를 지켜낸 우리 조상들의 결집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가치를 지닙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