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안고 전면에 등장한 김건희..대통령실 '전전긍긍'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용산 집무실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이 공적 업무를 하는 공간에 들어간 김 여사의 방문 시점부터 사진 촬영·공개 절차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어서다. 김 여사가 자신의 '팬클럽' 등 사적 통로를 활용한 외부 노출을 시도하면서 대통령실은 물론 출범 초기인 새 정부에 불필요한 혼선과 보안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여사의 집무실 방문 사진은 부속실 직원이 촬영했다고 한다. 지난 27~28일 김 여사의 카메라로 부속실 직원이 사진을 찍었고, 이후 김 여사가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건희사랑' 등 팬클럽 운영진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게 대통령실이 내놓은 공식 해명이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이 최초로 밝혔던 내용과는 배치된다.
당초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사진을 찍은 분과 바깥으로 내보낸 분은 대통령실 직원이 맞나'라는 기자 질문에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럼 누구냐'고 묻자 "짐작이 안 가세요?"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이 폐지된 가운데 김 여사를 담당하는 부속실 직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모르겠다"만 했다. 김 여사 방문 당시 외부인의 집무실 출입 여부에 대해선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저희가 크게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며 동행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해명으로 논란이 더 커질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시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해당 사진은 김 여사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오락가락' 설명이 의혹을 더 키웠고, 대통령실 등 정부 공식 조직이 김 여사 관련 일로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만 노출한 꼴이 됐다.
대통령실 "보안 문제 없다" vs 野 "국정 개입 예고편"
사진 촬영 주체가 쟁점이 된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보안 이슈 때문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대통령 부부의 비공식 일정 관련 사진이 공개된 전례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실 공보라인을 거치지 않은 사진이 '이례적' 경로로 밖으로 나간 데다, 최고 수준의 보안이 유지돼야 할 대통령 집무실을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파장이 더 컸다. 특히 김 여사가 사진을 촬영한 시점 중 지난 27일은 평일이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카메라로 부속실 직원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보안 규정상 특별히 문제는 없다"고 부연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청사 출입 시 휴대전화에 보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통령실 경내에서 찍은 사진은 반드시 대변인실을 통해서 나가도록 말씀드렸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김 여사의 최근 행보를 놓고 '국정 개입' 가능성을 지적하며 맹공을 펼쳤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은 국가의 기밀 사항을 다루는 곳으로, 결코 사적 영역이 아니다"며 "대통령 가족 국정 개입의 예고편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쏘아붙였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연일 김 여사를 저격하고 나섰다. 김씨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건희사랑' 운영자인 강신업 변호사의 반론을 재반박하며 "미국도 대통령 부인이 사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가지 않는다. 제대로 알고 답하라"고 꼬집었다.
전날 강 변호사는 김씨가 김 여사를 향해 '대통령 부인 놀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내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미국 대통령 부인도 집무실을 출입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씨는 이에 대해 "오바마(전 대통령 부부)가 사진을 찍은 장소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가 아니라 대통령 관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부인이 남편 일하는 곳이 궁금해 조용히, 휴일에 찾아 갈 수 있지만 김 여사는 평일에 대통령 집무실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는 공사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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