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내게 '새의 선물'은 환한 빛이자 길고 희미한 그림자"

박동미 기자 2022. 5. 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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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최근작이 대표작이 되는 '현재의 작가'이고 싶었는데, 계속 이 소설로 평가받아 좌절도 했다. 문운(文運)을 가져다준 환한 빛이었으나, 길고 희미한 그림자이기도 했다."

평소 출간된 자신의 소설을 다시 읽지 않는다는 은 작가는, 이번 개정판 작업을 위해 '새의 선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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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마포구 디어라이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개정판 ‘새의 선물’을 들고 웃는 은희경 소설가. 문학동네 제공
30일 간담회에서 은희경 작가가 ‘새의 선물’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늘 최근작이 대표작이 되는 ‘현재의 작가’이고 싶었는데, 계속 이 소설로 평가받아 좌절도 했다. 문운(文運)을 가져다준 환한 빛이었으나, 길고 희미한 그림자이기도 했다.”

‘새의 선물’(문학동네) 100쇄를 기념하며 개정판을 출간한 은희경 소설가의 소회다. 1995년에 나온 이 소설은 은 작가의 첫 장편이자 대표작이다. 한 권의 책이 탄생해 27년간 100쇄를 찍었다. 하지만 은 작가의 심정은 복잡해 보였다. 30일 서울 마포구 디어라이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해준 작품이면서, 나를 그 안에 갇히게 한 소설이기도 하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오랜 세월 읽혔다는 건 27년 전 내가 던진 질문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고, 그게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힘”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평소 출간된 자신의 소설을 다시 읽지 않는다는 은 작가는, 이번 개정판 작업을 위해 ‘새의 선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12세 소녀의 시선으로 1960년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 소설은 여성, 계급, 정치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은 작가는 “독한 마음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지금 보면 ‘왜 이렇게 뻔뻔하게 썼지?’하는 것들이 보여서 괴로웠어요.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쓰던 시기였죠.” 그러나, 그래서 즐겁기도 했다. “당시엔 자연스러웠던 유머나 표현도 이젠 허용되지 않는 게 있어요. 그걸 바꿀 수 있어 다행이고, 세상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예컨대, ‘앉은뱅이 책상’ 같은 장애인을 비하한 일상 용어나 여성 폄하 표현 등은 전면 수정했다. 그러면서도 비루한 시대의 풍경을 포장하지 않기 위해, 욕설 등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뒀다. “소설을 통해 시대를 재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대를 해석할 관점을 만드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정판은 2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공동작업한 책이고, 이제 정말 누구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이 돼 기쁩니다.”

‘성장소설의 클래식’으로 여겨지는 ‘새의 선물’은 출간 당시엔 너무 대중적이어서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었다. 은 작가는 “이제는 교과서에나 실리는 소설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다”며 웃었다.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다고 뭔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문학에도 흐름이란 게 존재할 뿐이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게 됐어요. 그러니까 저는 계속 쓸 거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쓸 겁니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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