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일만 하겠다".. 강남 재건축 수주 경쟁 몰리는 건설업체

김노향 기자 2022. 5.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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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입주해 올해로 38년째를 맞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재건축조합은 오는 6월 11일 시공능력평가(시평) 3위(2021년 기준)인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노향 기자
건설업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서울 강남 재건축의 시공권 경쟁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 정부의 민간 분양가상한제 완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검토 등 대대적인 규제 수술이 예고된 가운데 강남 재건축은 활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사비용 증가로 선별적 수주 전략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공사금액이 수주금액을 초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어 입찰 참여를 주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승과 수익성 증가가 기대되는 일부 사업장에선 반대로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1984년 입주해 올해로 38년째를 맞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아파트(이하 '일원개포한신') 재건축조합은 오는 6월 11일 시공능력평가(시평) 3위(2021년 기준)인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은 강남이란 입지적 조건으로 대형건설업체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지만 GS건설의 두 차례 단독 입찰로 유찰돼 국토교통부 고시(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수의계약 조건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디에이치자이개포 성공 이을까


일원개포한신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본사가 있는 지하철 3호선 대청역에서 250m 떨어진 역세권 단지다. 일원초·중동중·중동고 등이 가까워 명문 학군을 갖췄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 입주한 1996가구 규모의 대단지 '디에이치자이개포'가 바로 옆에 있어 오래된 아파트 사이사이로 35층 새 아파트의 화려함이 대조된다.

현재 최고 13층 364가구 규모의 일원개포한신은 재건축 후 최고 35층 49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일원개포한신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해 9월 82㎡(이하 전용면적) 21억원(7층)이다. 바로 옆의 디에이치자이개포는 84㎡ 지난해 실거래가가 24억~29억9000만원이다.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당시 현장설명회 때만 해도 시평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삼성물산·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 등이 참여해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일원개포한신 재건축조합은 2018년 1월 추진위원회 설립 후 같은 해 11월 조합설립인가가 났고 지난해 10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데 성공하며 빠른 사업 속도를 보였다. 단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강남 알짜 입지라는 강점으로 업계에선 개포현대4차, 개포우성7차 등과 함께 '개포 삼총사'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진행한 입찰에서 GS건설의 단독 응찰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이어 올 2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시평 10대 업체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 83위 업체인 대우산업개발이 참석했다. 지난 4월 재입찰 공고와 현장설명회 때는 GS건설만 단독 참여했다. 조합은 오는 6월 1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어 GS건설과의 시공 수의계약 체결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조합 관계자는 "수의계약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단독응찰 무슨 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 정비사업은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지만 최근에는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상황을 좀 더 신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고 조합 등 사업자가 제시하는 공사 단가가 낮아졌지만 수익성이 높은 강남 재건축의 경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업체에는 더욱 치열한 일감 경쟁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지난 수년 동안 시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엔 공사비 증가뿐 아니라 중대재해, 건설안전 등 각종 리스크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독 응찰로 유찰된 사업지인 경우 업체들의 관심이 적고 사업성이 낮다는 것임에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업체는 응찰할 것"이라며 "수의계약 시엔 시공사의 협상력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공계약을 맺은 현장에서 공사비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국내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손꼽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조합과 시공사가 5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분쟁이 일었고 급기야 지난 4월 15일 이후 한 달 반째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 /사진=김노향 기자



조합 동의율 90.5%… "조용한 동네"


지하철 2호선 방배역이 걸어서 7분 거리인 493가구 규모의 신동아아파트는 준공 40년된 단지로 오는 6월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빠르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시공사 입찰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은 시공능력평가(시평) 2~4위인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등이다.

방배 신동아는 2020년 12월 조합설립인가 당시 주민 동의율이 90.5%에 달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 현장들과 다른 점은 반대율이 낮고 특정 시공사를 선호하는 경향이나 조합 내 갈등이 없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서초구 효령로 164(방배동) 일대 3만7902㎡ 면적에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바닥면적 비율) 16.39%,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 비율) 299.98%를 적용해 최고 35층 843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건폐율과 용적률은 각각 14%, 173%로 최고층은 15층이다. 재건축 후 가구 수는 350가구(71.0%) 늘어난다.

방배 신동아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고가 거래가 속출하며 102㎡(이하 전용면적)의 실거래가가 2020년 11월 19억9000만원(7층)에서 2021년 10월 24억5000만원(10층)으로 1년 새 4억6000만원 올랐다. 105㎡ 실거래가도 2020년 10월 19억원(15층)에서 5개월 후인 2021년 3월 21억3000만원(15층)에 거래돼 2억3000만원 뛰었다. 현재 해당 면적 매물들은 호가 27억원에 등록돼 있다.


원자재 파동에 '선별 수주'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최근 건설업계는 사업성을 이유로 정비사업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신흥1구역·수진1구역,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 등은 사업비 1조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지난해만 해도 현장설명회에 다수의 건설업체가 참여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자재 가격 상승률이 정부의 공사비 인상분보다 커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쪽이 손해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방배 신동아 재건축에 대형건설업체 3개사가 참여한 이유는 높은 분양가 산정이 가능하고 향후 적정 공사비 산정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권 수주 경쟁이 예전만큼 치열하지 않은 것은 사업장이 어디냐에 따라 차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졌음에도 소위 알짜로 불리는 사업지의 경우 오히려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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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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