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강력범죄 전력자들 지방선거 후보 공천, 막을 방법 정말 없을까?

이윤석 기자 2022. 5. 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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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약 7500명입니다. 전과 기록이 1개 이상 있는 사람은 약 2700명. 세 명 가운데 한 명 수준입니다. 성추행, 폭행, 상해 같은 '강력범죄 전과자'는 물론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인물도 여럿입니다. 이들에게 우리 동네를 맡겨도 되는 건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JTBC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같은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은 지방선거 후보들의 전과 기록을 전수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무소속 후보와 달리 주요 정당 후보들은 각 정당의 '공천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많은 유권자가 정당의 공천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믿고 투표를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내게 몸 줘야" 강제추행 전과 기록에도 버젓이 기초의원 후보로

국민의힘 최을석 후보(경남 고성군의원 후보)는 2017년 강제추행으로 처벌을 받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최 후보는 2015년 다방 여직원에게 "나 이장인데,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먼저 신고를 해야 하는데 너는 뭐하고 있냐"며 "몸을 한 번 줘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해당 여직원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가 처벌을 받았습니다. 최 후보는 범행 당시 고성군의회 의장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모범을 보이긴커녕,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단독] "내게 몸 줘야" 강제추행 국힘 후보…민주당은 최근 범죄전력에도 공천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60100&pDate=20220524

최 후보에겐 벌금 100만 원 미만이라 유권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범죄 전력도 있었습니다. 2018년 지역 초등학교 운동회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제지하는 학부모를 폭행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겁니다. 최 후보는 해명을 요구하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최 후보뿐만이 아닙니다. 특수도주, 상해 등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른 후보들이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도 더불어민주당 지방의원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지방의원보다 권력과 영향력이 더 큰 기초단체장 중에선 전과 기록이 9개나 되는 후보도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판결문을 입수해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보험사기, 상습도박 등 과연 단체장을 맡겨도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전과 기록이 여럿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단독] 보험사기, 도박 전과에도 '군수 후보'…"잘못 없다" "대한민국 다 그래“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60099&pDate=20220524
〈 관련 기사 보기 = [이슈체크] '검증' 강조하더니…'강력범 후보' 어떻게 공천됐나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60098&pDate=20220524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자는 물론 사람 다치게 했거나 상습범까지 공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심사서 특히 '음주운전 전과 기록'을 엄격하게 보겠다고 했습니다. 양당 모두 15년 이내 음주운전 3회 이상 및 2018년 이른바 '윤창호법' 통과 이후 한 번이라도 전과가 있으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은 2019년~2021년 음주운전 전력자 여럿을 그대로 공천했습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국힘, '음주운전 전력'에도 공천…상습범까지 줄줄이 출마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60249&pDate=20220525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기준을 지키는 모습이었지만, 말 그대로 형식적인 기준만 지켰을 뿐입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해서 처벌을 받았거나,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들을 버젓이 공천했습니다. 단지 15년 이내 3회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후보자의 도덕성을 가장 강조해온 진보 정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만취 역주행에 사람 다치게 해도…민주당 공천 기준 통과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60248&pDate=20220525

●선거 전엔 "도덕 공천 하겠다"…취재 들어가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당규에 '사회적 지탄받는 강력 범죄자'는 공천하지 않도록 규정돼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두 당 모두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 높은 수준의 검증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법적, 도덕적으로 자성해야 할 사람들이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자격 검증 절차와 기준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지난 3월 30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저희가 도덕성을 이번에 굉장히 심도 있게 논의를 했고요 그 기준 또한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정의와 상식을 바로 세우는 도덕 공천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김행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

취재진은 왜 이런 발표가 지켜지지 않았는지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매번 그랬듯이 지역 시도당 소수의 이해관계가 이번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도 영향을 준 건 아닌지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양당 모두 후보자가 너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후보들이 수백 명씩 올라오는 경우들이 있는데, 저희가 a부터 z까지 다 솎아내는 작업을 하기에는 중앙당에서 어려움이 있다. 또한 중앙당 차원에서 모두 통제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

"후보가 많아 전과가 있더라도 누락 되는 경우가 있다.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나 지역 사정에 따라 공천받아 출마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

취재진의 첫 보도 이후 국민의힘 중앙당 관계자는 "각 지방 공관위에 기준을 하달했는데,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미 공천된 후보들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할 방법이 없다"라고도 했습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며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시도당 위원장들은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세를 확장하기 위해 지방선거 때 '내사람'을 공천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이슈체크] 선거기간만 무사히? 끝나면 전과기록 '비공개'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60247&pDate=20220525

●"선거 이후에라도 공천 기준 안 지킨 시도당 징계 등 후속 조치해야 변화 가능"

시민단체에선 "정당들이 핑계를 대는 것"이란 반응이 나왔습니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라도 후속 조치를 통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에서 지역 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긴다든가 중앙당에서 개입하지 않았다는 식의 변명으로는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공천심사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건을 하나의 본보기로 삼아 제대로 징계하는 등 사후 조치를 해야 유권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현행 선거법상 선거기간이 끝난 이후엔 당선자까지 전과 기록이 비공개로 바뀌는데,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당선자의 전과 기록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직 후보라는 건 자기가 과거에 어떠한 범죄전력이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 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걸 개인정보 보호 측면으로 접근하는 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강력범죄 전력 후보 논란, 다음 선거 땐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김유진·한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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