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식이 메시지.. 중, 호화요리 과시.. 일, 상대맞춤 대접

김선영 기자 2022. 5. 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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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방중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만찬에서 손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영상을 보고 있다. AP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도쿄 핫포엔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와의 만찬에 앞서 기시다 총리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 테이블에 오른 메뉴. 연합뉴스

■ Global Window - 정상회담 만찬으로 보는‘韓·中·日 외교’

- 한국

尹-바이든 ‘비빔밥’ 조화 강조

韓日갈등땐 ‘독도새우’ 내기도

- 중국

불도장 등 보양식으로 우월감

호의호식 비판우려 공개 꺼려

- 일본

트럼프와 골프·오바마와 스시

상대방 취향 맞게 극진한 접대

“음식은 가장 오래된 외교 도구다.”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처럼‘정상 만찬’은 곧 정치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4일 한국·일본을 방문한 기간 미국이 야심 차게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IPEF)와 함께 주목받았던 건, 다름 아닌‘만찬 메뉴’였다. 해당 식재료의 출처, 공식 건배주에 담긴 메시지의 파급력이 오가는 말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상 간 만찬 메뉴는 양국 관계 전반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항상 전 세계 언론의 관심거리다. 이번 글로벌 윈도에서는 한·중·일 3국의‘만찬의 정치학’을 돌아본다.

◇한국 : 위안부 할머니 초대, 밥상엔 ‘독도 새우’ 올려 정치적 메시지…미국산 갈비로 ‘화합’ 강조하기도 = 한국은 만찬 식탁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식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와 ‘독도 새우’가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지난 2008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방한 땐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랐다. 미국에선 ‘쇠고기’가 식품 수출의 상징인 만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음식을 통해 견고한 한·미 동맹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같은 경우,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광우병 논란이 거셌던 만큼 정치적 부담이 있었음에도 미국산 쇠고기를 식탁에 올려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초청 국빈만찬에 ‘독도 새우’를 등장시켰다. 청와대는 이날 만찬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초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독도 영유권 및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이행 관련한 시각차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 속, 일본을 향한 정치적 견제구를 던진 것. 또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만찬의 공식 주로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중소기업 ‘풍정사계’가 제조한 청주가 올라, 중소기업 육성에 힘쓰겠다는 문 전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 최상급 미국산 갈비를 한국 양념으로 조리한 양념구이와 팔도 산채비빔밥을 내와 양국 간 ‘조화’를 강조했다. 이번 음식은 롯데호텔에서 전담했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메뉴를 선택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 전해지며 ‘윤 정부의 대기업과의 협업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특히 이번 만찬 메뉴에 대해 일본 측이 ‘반일(反日) 메뉴가 없었다’며 호평하고 미국 측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한·미·일 관계를 암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 인민들에게 ‘호화 만찬’으로 비칠까 메뉴 공개 쉬쉬…자금성 통째로 빌려 황제 의전하며 ‘중국의 맛’ 과시 = 중국은 국빈 만찬 메뉴나 식사 분위기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지난 2017년 1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 방중 때 관련 만찬 등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하지만 트럼프 부부를 위해 베이징(北京) 자금성을 휴관해 통째로 비우는 ‘황제 의전’을 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과 역사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외교를 즐겨 한다. 미·중 양국 정상 부부는 이날 자금성 서남쪽에 있는 2층 건물인 보온루(寶蘊樓)에서 30여 분 차담을 진행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윈난(雲南)성에서 재배한 보이차를 비롯해 10여 종의 차를 접대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12월 문 전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도 국빈만찬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관련 취재도 제한했다. 반 부패정책을 펴는 중국 수뇌부가 화려한 국빈 만찬이 보도되면 인민들에게 ‘호의호식’한다고 오해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청와대는 문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국빈만찬 메뉴를 하루가 지나 뒤늦게 공개하며 “중국 정부에서 만찬 메뉴 사전공개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늦게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주로 정상들에게 전통 보양식을 대접하는 편인데 이날 만찬의 메인 메뉴로도 죽순·해삼·전복·상어 지느러미·상어 입술·돼지 내장 등 30여 가지 재료로 만든 중국 대표적 보양식 ‘불도장(佛跳牆)’이 테이블에 올랐다. 이외에도 냉채·조개 비둘기알국·겨자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소금 은대구구이·버섯 구기자잎 찜 등이 나왔다. 중국은 지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도 구운 북경오리 등 중국 전통 음식을 선택하며 ‘중국의 맛’을 전했다.

◇일본 : 미국 정상 극진하게 대접하는 ‘오모테나시’로 동맹 강화…영부인이 차 대접하고 골프 접대하다 넘어지기도 =일본 정부는 핵심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올 때마다 극진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손님에 대한 환대) 외교를 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3일 방일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저녁 만찬에는 일본 영부인인 기시다 유코(岸田裕子) 여사가 직접 ‘말차’를 대접해 화제를 모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도쿄(東京) 미나토(港)구 소재 고급식당 핫포엔(八芳園)에서 만찬을 함께했는데, 이번 만찬의 테마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역구, 원폭 피해의 상징인 ‘히로시마(廣島)’였다. 기시다 총리가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히로시마에서 개최하겠다고 제안한 상황 속, 바이든 대통령에게 음식으로 히로시마를 먼저 소개한 것. 주당으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는 술을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배려해 히로시마산 레몬 소다로 건배했고, 오찬에는 히로시마산 쇠고기와 야채를 대접했다.

일본은 전직 총리들부터 ‘접대 외교’를 이어온 역사가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019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 방일 때 ‘골프광’인 트럼프를 배려해 당시 세계랭킹 4위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선수를 대동, 지바(千葉)현서 골프를 치다 넘어지는 ‘접대 투혼’을 보였다. 이어 롯폰기(六本木)의 최고급 화로구이 전문점에서 부부 동반으로 식사했는데 4인 저녁 식사에 총 206만 엔(약 2100만 원)을 들였다. 당시 일본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방일 기간(3박 4일)에 사용한 접대비는 총 4022만 엔(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과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14년 방일 때도 비공식 만찬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스시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미슐랭 맛집 ‘스키야바시지로(すきやばし次郞)’서 스시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시를 반 이상 남겼고, 당시 핵심 의제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협상 성과도 적어 ‘오모테나시 실패’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는 도쿄 시내 니시아자부(西麻布)에 위치한 이자카야인 ‘곤파치(權八)’에서 일본 서민식 만찬을 연출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당시 일본 총리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는 본인 별장으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초대해, 서로를 ‘론’ ‘야스’라고 부르는 등 친분을 과시하며 단단한 미·일 동맹을 다져온 바 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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