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크리에이터와 K-스토리의 힘.. 한국영화, 세계 휩쓴다
글로벌 위상 높아진 K-무비 비결
한국영화 역동적인 이유 묻자
송강호 “끊임 없는 도전 덕분”
넷플릭스 등 유통 플랫폼 확대
파울루 코엘류, K콘텐츠 극찬
소재 고갈 늪 빠진 글로벌 시장
‘한국적 신파’도 새로운 장르
“아시아 교류 확대…명작 기대”
지난 2017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박찬욱 감독을 이같이 평했다. 영화 ‘아가씨’(2016)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다녀온 직후였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지나 박 감독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상영 직후 영국 가디언은 만점(별 5개)을 줬다. 뉴욕타임스의 평을 넘어“한국 영화로 세계 지도를 그린 감독”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송강호의 남우주연상까지 포개지며 K-무비는 글로벌 영화계의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K-크리에이터와 글로벌 플랫폼의 선순환…위상이 달라졌다
송강호는 남우주연상 수상 직후 칸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외신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한국 영화가 왜 이렇게 역동적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라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밀히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 콘텐츠는 늘 역동적이었다. 다만 외신 기자들이 이를 뒤늦게 발견했을 뿐이다. K-무비, 좀 더 광범위하게 K-콘텐츠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이제야 그에 걸맞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 빼어난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다. 고기를 낚는 법을 아는 ‘선수’들이 진화하며 양질의 K-콘텐츠를 공급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2004)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할 때만 해도 ‘의외의 결과’ 혹은 ‘기적 같은 결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밀양’으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 ‘박쥐’(2009)의 심사위원상에 이어 ‘기생충’(2019)이 황금종려상으로 정점을 찍으며 한국 영화는 칸의 심장부로 들어갔다. 박찬욱, 이창동 감독과 송강호를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는 것도 칸이 그들의 역량과 대외적 인지도에 인증 마크를 찍은 셈이다. 이 때문에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공식 상영 전부터 외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굳이 수상을 통해 증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영화 평론가 황진미는 “(한국 영화는) 이제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고 좋아할 단계는 지났다. 이제는 대등한 입장. 오히려 선도하는 입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플랫폼의 발달은 K-콘텐츠의 확장성을 키웠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루 코엘류는 넷플릭스를 통해 ‘나의 아저씨’를 언급하며 “와우! 어디 한 곳 흠잡을 곳 없이 인간사를 아우르며 묘사했다”고 극찬했고,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 역시 ‘나의 아저씨’를 본 후 이지은을 섭외했다. 이정재가 감독 데뷔작인 ‘헌트’로 칸의 초청을 받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이정재를 ‘모셔’ 오는 것이 영화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헌트’의 주인공인 배우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이 월드 스타가 된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 보면 ‘헌트’가 칸에 온 것보다, 칸이 ‘헌트’를 초대한 느낌이 강하다”며 “예전에 칸에 오면 객(客)처럼 떨어져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초대받은 이들 중 하나, 일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범(汎) 아시아…“신파조차 신선”, 이야기의 보고(寶庫)가 되다
장기간 글로벌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섰던 할리우드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고급화된 기술력으로 관객들의 눈은 현란하게 만들고 있으나 그 원천이 되는 이야기 소스는 빈약해졌다. 그래서 그들은 아시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아시아는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시작된 서양에 비해 역사가 깊다. 그만큼 이야기가 많다. 한민족만 해도 50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이를 꼭 역사극으로 풀어낼 필요는 없다. ‘킹덤’의 경우 조선과 좀비를 결합해 화제를 모았고, ‘기생충’에는 한국전쟁의 위험에서 시작된 지하 벙커의 존재, 오랜 계급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계급 갈등 메시지가 담겼다.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돼 엄청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역시 현존하는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현실에서 스토리텔링이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진부하다’로 치부되는 가족 중심 신파극 역시 해외에서는 ‘새롭다’고 느끼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빚어진다. 배우 윤여정에게 한국 배우 최초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를 비롯해 한국형 좀비물의 시작을 알린 ‘부산행’ 역시 부성애가 든든한 밑짐으로 깔린 작품이다.
가족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모두 끈끈한 가족애가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우리의 가족애를 두고 “눈물 짜내는 신파다”라고 눈총을 보내는 것 역시 거리를 갖고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브로커’도 대안 가족을 보여주고 있다. 송강호는 그 안에서 가장 역할을 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미혼모 소영(이지은 분)의 떨어진 단추를 꿰맨 후 대수롭지 않게 건네는 장면은 신파가 아닌 백미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결집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헤어질 결심’에는 중국 배우 탕웨이(唯)가 출연했고,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했다. 물론 두 영화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다. 박 감독은 수상 직후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과거 유럽의 많은 나라가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 뿌듯하다. 이런 교류가 활성화돼 더 많은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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