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돌아왔고 융프라우는 달라졌다

천소현 2022. 5. 3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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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해빙기, 스위스로 떠났다.

융프라우요흐에 세워진 해발 3,571m의 스핑스 기상관측소는 만년설로 뒤덮인 알레취 빙하를 조망하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Jungfrau Railways

여행의 해빙기, 알프스로 가다

해외입국자에 대한 격리 의무 해지 소식은 여행의 해빙이기도 했다. 냉큼 떠난 곳은 스위스 알프스였다. 빼앗겨 본 후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오래 품어 온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때라는 걸! 웬만한 여행자라면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에서 신라면컵 먹은 이야기쯤은 기본 레퍼토리인데, 이제야 알프스의 봉우리에 시선을 돌렸다. 아이거(Eiger), 묀히(Monch), 융프라우(Jungfrau) 삼총사의 아래로.

사실 '오른다'고 하기 좀 민망한 것은, 안락하기로 유명한 스위스의 기차 시스템 때문이다. 공항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알프스로, 그저 열차를 갈아타기만 하면 된다. 호반 도시 인터라켄을 관문으로 하는 융프라우철도는 가파른 산악마을 사이를 운행하는 7개의 산악 운송 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무제한 패스만 있으면 무적이다. 그린델발트, 벵엔, 뮤렌 등 산악 지대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작은 마을들을 방문하기 위해 알프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유럽 최고도의 열차 역인 융프라우요흐역은 스핑스 기상관측소가 있는 암반 아래 터널에 위치한다

●융프라우의 오래된 미래

산악관광의 역사를 개척해 온 융프라우의 역사는 '생태와 관광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의 등반이었다. '유럽의 정상'이라는 명성 이면에는 이미 110년 전부터 실천해 온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있었다.

융프라우요흐가 '정상'을 지키는 방법

대략 마름모꼴을 이루는 융프라우철도 노선들이 해발 2,061m에서 다시 만나는 곳이 클라이네 샤이텍이다. 여기서 톱니바퀴 열차로 갈아타야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융프라우요흐 기차역(3,454m)에 올라갈 수 있다. 유일한 이동 수단이자 운송 수단이다.

130년 전 융프라우철도를 처음 구상한 '철도의 왕' 구에르 첼러

불굴의 의지라고밖에 설명하지 못할 이 철도의 개통은 1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도 기계도 부족하던 시절, 불가능해 보였던 아돌프 구에르 첼러(Adolf Guyer-Zeller)의 꿈은 거의 맨손으로 이뤄졌다. 16년의 공사 끝에 1912년, 융프라우 산악철도가 개통됐다. 1,400m 고도를 향해 기차와 철로가 톱니로 깍지를 끼며 천천히 올라가, 아이거 북벽을 관통하는 7km의 터널 끝에서 멈춰 선다.

산악열차 특유의 톱니바퀴형 철로

원래는 융프라우 정상까지 철로를 놓으려 했던 계획은 봉우리 아래 산마루인 융프라우요흐에서 멈춰 섰는데, 결과적으로는 더 잘된 일이다. 스위스 최고봉 융프라우(4,158m)는 지금까지도 사람들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알프스에서 가장 길다는, 그래서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22km의 알레취 빙하(Aletsch Glacier)도 덕분에 조금은 천천히 녹고 있다고 믿는다.

스핑스 전망대 테라스

친환경 에너지로 작동되는 융프라우요흐

융프라우철도의 개통으로 융프라우요흐는 대중들이 알프스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스위스 여행의 전진 기지가 되었다. '역'이라고 말했지만, 융프라우요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목적지다. 전망대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상연구소, 1,000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 초콜릿 숍, 기념품점, 역사와 인물을 조명한 전시와 영상관, 얼음 궁전과 우체국, 여름에도 스키와 썰매를 즐길 수 있는 펀 파크까지 있어 작은 마을을 방불케 한다.

"여기 거주하는 사람은 없지만, 성수기에는 매일 4,000명이 넘게 방문하니까,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융프라우요흐 시설 책임자의 말이다. 지상에서와 다를 바 없이 3코스 식사 후에 커피와 디저트, 멀티미디어 쇼를 감상하고, 기념품 쇼핑도 했다. 모든 것이 일상적이라 잊을 뻔했지만, 여기는 해발 3,454m, 대기압이 낮아 조리 온도를 맞추는 일조차 쉽지 않은 곳이다. 호흡이 가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산 증세를 흔히들 겪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극한의 환경은 에너지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 작은 마을을 작동시키는 친환경 에너지의 비밀에 접근하기 위해 금단의 구역인 통제구역 안으로 기꺼이 들어갔다.

알파인 센세이션
융프라우 철도 역사를 전시 중인 알파인 센세이션 ©Jungfrau Railways

난방이 필요 없는 '유럽의 정상'

해발 3,454m 지점인 융프라우요흐에 난방기가 없다고? '그런 재앙'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4월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창밖 풍경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실내는 내내 쾌적하고 따듯했었다. 융프라우요흐의 난방과 환기 시스템은 자연의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의 산물이다. 만년설 가득한 설원의 찬바람은 이곳의 가장 흔한 자연 자원이다.

에어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별다른 장치가 없다.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설치한 느슨한 철망 안에서 거대한 송풍관이 시작되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로 들어온 찬바람을 정화해 실내 공기를 환기한다.

알레취 빙하를 깎아 만든 얼음 궁전

특히 융프라우요흐에는 인근 마을 출신의 산악인 2명이 1934년에 만든 얼음 터널이 있는데, 지금은 얼음 조각을 포함해 다양한 전시와 볼거리가 있는 명소(얼음 궁전)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들의 체온에 얼음벽이 녹지 않도록 항시 -2℃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얻는다. 방문객의 체온으로 데워진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탱크로 이동시켜 온수를 데우고, 그 온수가 난방에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다.

해가 나지 않아 외부 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더라도 추가 난방이 필요치 않다니, 인간이 그토록 뜨거운 존재라고 믿을 수밖에(실제로 성인의 체온을 전기 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116W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체온만으로는 부족해 태양의 복사열과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도 활용하고, 야간에는 영상 18˚C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 받아 난방한다.

융프라우열차는 하행 3대당 상행 1대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Jungfrau Railways

물과 불을 다루는 태도

온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융프라우요흐에서는 매년 1,000만 리터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데, 그중 50% 정도를 근처 바위와 지붕에 쌓인 눈과 얼음으로 충당한다. 물탱크 사이에 있는 기계실로 들어서니 굵은 파이프와 밸브, 펌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소방 시스템과 식수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장치들이다. 눈을 녹인 물은 대부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하지만, 일부는 깨끗하게 정수 처리 후 미네랄 성분을 첨가해 식수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대부분의 식수는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기차로 올라오고, 사용하고 난 하수는 클라이네 샤이텍까지 9.4km에 이르는 하수관을 통하여 내려보낸 후 그린델발트(Grindelwald) 마을에서 정화 처리를 한다. 더불어 모든 쓰레기는 압축기로 부피를 최소화해 지상으로 운반한다.

융프라우요흐역은 태양열로 난방하고, 얼음에서 물을 얻는다. 통제 구역 안에서 워터 시스템을 견학했다

"요즘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에 관심이 많죠. 근데 융프라우철도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운영해 왔어요. 수력발전소 외에도 내려가는 열차 3대당 올라가는 열차 1대꼴의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거죠."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 송진 이사의 말이다.

진짜로 몰랐다. 에너지를 쓰는 줄만 알았던 열차가 전기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브레이크 제동 때 발생하는 전기는 회생 브레이크를 통해 메인 시스템으로 전달되어 다시 송전 시설로 전송되고, 이는 다시 다른 열차를 움직이는 전기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융프라우철도는 전체적으로 15~20%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융프라우 ESG 여행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을 맡은 동신항운을 통해 융프라우철도 ESG 투어 신청이 가능하다. 융프라우요흐의 제어 시스템, 상하수와 냉난방 시스템 등 일반인이 볼수 없는 시설들을 책임자의 설명을 들으며 견학할 수 있다. 최대 15명까지 가능하며 30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이래서 '클린 에너지'였네! 뤼첸탈 발전소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와 물길을 따라 마을에 가 닿았다. 빙하가 깎아 내린 협곡 안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뤼첸탈 마을이었다. 슈바르체 뤼취네(Schwarze Lutschine)강에 바짝 붙어 있는 뤼첸탈 발전소(Lutschental power station)는 1908년에 가동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발전'을 하고 있다.

뤼첸탈 마을 기차역

융프라우철도가 개통된 110년 전만 해도 석탄이나 나무를 때던 증기 열차가 일반적이었지만 융프라우철도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전기 기반으로 설계했다. 현실적으로 터널 속에서는 증기 운전이 불가능하기도 했고, 매연도 문제였으며, 급경사를 오를 때 무게의 하중을 줄일 필요도 있었다. 융프라우철도는 지역에 수량이 풍부하니 자체 발전소를 운영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정부 허가를 얻어 발전소를 만들었다.

그중 한 곳인 뤼첸탈 발전소는 '클린 에너지'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공해와 오염 없이 단정하고 심플했다. 계절별로, 해별로 수량에 따라 발전량은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매년 약 35~55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해 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고, 남으면 인근 지자체에도 전기를 나눠준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몇 개의 모니터에 간단한 조작만으로 전체 발전소를 통제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발전 설비는 현대화되었지만 발전소 외부는 11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세련됨과 단순함 그리고 이미 검증된 지속 가능성에 놀랐다.

지구상에 한 평의 오지도 허락하지 않는 여행자들의 열정이 지구에 폐가 되는 건 아닐지, 무척 원론적인 고민을 할 때, 융프라우 같은 곳이 고맙다. 내 체온이 빙하를 녹이는 대신 레스토랑의 따뜻한 공기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것은 얼마나 안심이 되는 일인가.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가도 문제지만, 어떻게 쓰는가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지혜를 발휘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의 여행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융프라우철도의 새 역사

현빈과 손예진을 연인으로 맺어 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에서 그들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톱스타 커플이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하는 동안, 융프라우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최첨단 기술로 산악관광의 새 역사를 연 아이거익스프레스는 아이거 북벽(노스페이스)을 스쳐 간다

알프스를 오르는 가장 빠른 방법 '아이거익스프레스'

아이거 북벽 기슭에 자리 잡은 그린델발트에 숙소를 정했다. 알프스 산악마을의 역사와 전통이 풍경 속에서 그대로 읽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여름에는 아이거산이나 휘르스트산 등으로 하이킹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겨울에는 스키어들에게 꿈의 장소다. 익숙한 브랜드의 스포츠용품 숍들이 즐비하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분주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드디어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기로 한 날, 지상에서는 분명 비였던 그것이 15분 만에 폭설로 변했다. 표고차 1,377m를 이동하는 아이거익스프레스(Eiger Express)의 마법이다.

2020년 12월5일, 코로나로 여행자의 발길이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융프라우철도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최첨단 기술의 곤돌라 '아이거익스프레스'의 개통이었다. 그린델발트 터미널(943m)과 아이거글렛쳐(2,320m) 사이를 15분 만에 주파함으로써 융프라우요흐까지 이르는 전체 이동시간을 47분이나 단축했다. 멘리헨으로 이어지는 'GGM 곤돌라'와 함께 V 케이블웨이 프로젝트라고도 불린다. 아이거익스프레스는 1912년 산악열차 개통 이후 산악 관광의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26명을 수용하는 대형 곤돌라지만 삼중 케이블로 안정성을 확보해 시속 100km의 강풍에도 안전하다.

아이거익스프레스 곤돌라 안

기술적인 진보 외에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2020년 본상을 받음으로써 미적 고도까지 정복했다. 곤돌라를 타는 동안 아이거 북벽, 그 유명한 노스페이스의 북쪽 사면이 얼굴을 드러냈어야 했지만 '아닌 봄날의 폭설'로 우리 일행은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열선을 깐 곤돌라 통창 아래로 눈 덮인 샬레(오두막집)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스키어들과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기차가 또렷이 보였다. 특별히 VIP 전용 곤돌라에서 샴페인을 음미하는 호사가 함께라면 초속 8m로 날아가는 15분은 누군가의 말대로 분명 '너무 빨라 아쉬운' 시간일 것이다.

아이거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그린델발트 터미널

알프스 마을에 등장한 최첨단 스마트 터미널

곤돌라와 함께 개설된 그린델발트 터미널은 세련되고 스마트한 최첨단 복합터미널이다. 열차, 케이블카, 버스, 자동차가 모이는 교통의 허브이자, 각종 패스 구입, 장비 렌탈, 식당, 마트, 기념품 숍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는 테스트센터도 운영 중이었다. 설계 단계부터 최첨단 공항 터미널을 모델로 했다는데, 진입하는 입구의 느낌부터가 딱 그러하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중앙 홀의 바닥에 닿으면 빛의 양탄자가 되는 디테일이 건축가의 감각을 비춘다. 전 슬로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현황판은 기본이다. 차량 1,000여 대 수용 가능한 주차 빌딩도 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스타일러 부럽지 않은 그린델발트 터미널의 스키 라커룸

부러움과 감탄을 자아낸 것은 스타일러를 통째로 심어 놓은 듯한 스키 라커룸이다. 송풍 기능이 있어서 젖은 스키복과 부츠를 걸어 두면 금세 뽀송하게 건조된다. 야외에 설치된 눈 제거용 에어건들은 평창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했다가 알게 되어 전격 도입한 것이라고. 스키 슬로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늘 뭔가 거추장스럽고 불편했다면, 이곳은 과장 없이 '스키어들의 천국'이다. 빈손으로 가도 중급 스키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그린델발트에서 출발한 아이거익스프레스가 도착하는 아이거글렛쳐역도 함께 새 단장을 했다. 곤돌라에서 내려 곧바로 융프라우요흐행 기차로 이동하는 동선도 간편하지만, 몇십 미터만 걸어가면 바로 스키를 착용하고 활강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완성된 V 케이블웨이 시스템으로 융프라우요흐는 차원이 다른 유럽 최고의 스키장이 되었다. 그냥 알프스의 경치만 보고 온다면 잘 체감할 수 없지만, 실제로 스키를 타 보면 안다. 최강의 곤돌라와 철도의 무제한 이용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린델발트 벨베데레 호텔  ©Jungfrau Railways

▶모든 순간이 황홀한 그린델발트 벨베데레 호텔
Grindelwald Belvedere

그린델발트 벨베데레 호텔은 하루 종일 아이거를 바라볼 수 있는 환상적인 전망의 4성급 슈페리어 호텔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옥상에 설치된 웹캠을 통해 그 풍경의 실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1907년부터 하우저(Hauser) 가족이 3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는 이 호텔은 전망 좋은 객실과 아늑한 분위기, 품격 있는 레스토랑, 아담한 스파와 소금물 자쿠지 등을 갖추고 있어서 한국 허니무너들의 선호도가 높은 호텔이기도 하다. 수력발전과 그린델발트 지역의 폐목재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에서 얻은 에너지를 고집하는 등 탄소 중립형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도 칭찬 포인트다.

●두 번 만나서 좋은 도시, 인터라켄의 재발견

융프라우행 철도가 출발하는 인터라켄은 2개의 호수 사이에 위치한, 2개의 역을 끼고 있는 도시다. 그래서인가 여행의 처음과 끝에 이 도시를 2번씩 만나는 것도 운명이다.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위치한 인터라켄

융프라우에 여백 더하기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인터라켄은 융프라우 여행자들이 모두 지나가는 관문 도시다. 취리히에서 열차로 2시간 정도면 인터라켄 오스트역에 도착한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 회에벡(Hoheweg) 거리를 따라 아레(Aare)강과 구시가지 등 마을 한 바퀴를 도는 데 30분에서 1시간이면 족하다. 편리한 숙박 시설과 솜씨 좋은 레스토랑, 규모 있는 상점들이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데, 사실 그것만 즐기고 바삐 떠나기에는 좀 아까운 도시다. 호수가 2개라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여행하는 즐거움도 2배! 카지노와 공연장, 콘퍼런스 센터를 겸하는 카지노 쿠어잘(Congress Centre Kursaal)은 1859년 개장한 건축 유산이기도 하다.

융프라우 지역의 관문 도시로 연중 여행자들이 붐빈다

수많은 관광객을 맞이해야 하는 분주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유와 여백이 느껴지는 이유는 회에마떼 공원(Hohematte)에 있다. 인터라켄에서 바라보는 융프라우의 경관을 가로막지 않도록 주변 호텔 관계자들이 모여서 이 장소에서는 어떤 건물도 짓지 않도록 법률로 금지한 곳이다. 덕분에 탁 트인 융프라우 경관을 감상하고 있자면 온종일 하늘에서 알록달록한 패러글라이딩이 은총처럼 내려온다.

멀리 융프라우를 바라보는 노부부. 이 전망을 지키기 위해 회에마떼 공원에는 어떤 건축물도 세울 수 없다

구도심 격인 운터센에는 오래된 집과 고풍스러운 교회가 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충 들어가도 100년이 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터라켄의 골프장은 융프라우의 자연을 즐기는 새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인터라켄-운터센 골프클럽(Interlaken-Unterseen Golf club)의 탁월한 매력은 알프스의 설산을 향해 장쾌한 티샷을 날리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 장점의 이면에는 자연보호구역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요구되는 환경과 자연 관련 규칙들이 있다. 지역의 생물종 보호를 위해 생태 브리지 구역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그린키퍼(Greenkeeper)를 고용해 환경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스포츠와 자연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노력이 진행되는 현장이기도 한 셈이다. 사실 융프라우 지역에서 본 모든 것이 그러했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도전이 교차하는 삶. 알프스와 인간이 잘 어우러지는 풍경이었다.

그린델발트 마을풍경 ©Jungfrau Railways

◎Travel info

▶Currency
스위스프랑(CHF)으로 환전해 가는 것이 편리하다. 물론 현지 기차역에서도 쉽게 환전할 수 있다. 유로화도 사용할 수 있지만 잔돈은 스위스프랑으로 받게 된다.

▶Weather
7, 8월의 평균 기온은 섭씨 18~28도지만 고도가 높은 융프라우요흐의 기온은 아랫마을보다 15도 정도 낮다. 정상에 올라갈 때는 여름에도 윈드재킷(바람막이)을 준비해야 하며, 강한 자외선과 차가운 바람을 막아 주는 선블록, 선글라스, 모자, 장갑과 하이킹용 신발이 필수적이다.

융프라우철도 ©Jungfrau Railways

▶Pass
한국인에게 더 친절한 융프라우 VIP 패스

융프라우철도는 민영철도여서 스위스 패스는 마을까지만 적용된다. 대부분의 경우 할인쿠폰만으로 VIP 패스 또는 구간권을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 융프라우철도 운영 주식회사는 7종류의 산악 운송 수단으로 융프라우 지역을 구석구석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을 맡은 동신항운에서 판매하는 VIP 패스는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만 누리는 부가적인 혜택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1일에서 6일까지 필요한 기간에 따라 연속 패스로 구입할 수 있는데 융프라우요흐 1회 왕복을 포함해서 열차, 케이블카, 곤돌라, 마을버스 등 교통편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겨울에는 스키 리프트권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 밖에도 각종 할인과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융프라우요흐에서 즐기는 컵라면이다. 게다가 올해는 유람선, 골프, 캠핑장, 스포츠 패스 등으로 그 혜택이 더 늘어났다.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또는 택배로 신청하면 된다.

융프라우 한국총판(동신항운)

인터라켄-운터센 골프클럽

▷눈여겨볼 패스 혜택들

인터라켄-운터센 골프클럽
알프스 설산을 향해 티샷을 날릴 수 있는 인터라켄-운터센 골프클럽. 두 개의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18홀 골프클럽은 회원제로 운영되지만 융프라우 한국총판에서 VIP 패스를 구입한 사람에게 무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리엔츠 호수

인터라켄 유람선
서쪽의 툰 호수(Thunersee)가 중세의 고성과 박물관 등 고풍스러운 유럽 풍경에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고봉까지 얹은 절경을 선사한다면, 동쪽의 브리엔츠 호수(Brienzersee)는 푸른 호수와 산맥이 어우러져 절묘한 파노라마 경관을 자랑한다. VIP 패스 소지자는 2등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톱 오브 유럽 플래그십 스토어
융프라우 철도의 톱 오브 유럽 플래그십 스토어(Top of Europe Flagship Store)가 인터라켄 중심지에 있다. 2개 층에 걸쳐 1,000m2 규모인 매장에서 스와치, 린트 & 슈프륀글리, 빅토리녹스 등 스위스 대표 브랜드의 제품과 기념품을 한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VIP 패스를 제시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검사비 할인
융프라우철도는 지난달 그린델발트 터미널에 코로나19 선별검사소를 유치하며 스위스여행 편의성을 높였다. 해당 검사소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검사비는 160스위스프랑(한화 약 20만6,000원)이다. 융프라우 VIP 패스를 소지할 경우 10프랑 할인된 150스위스프랑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 외
그린델발트 아이거 노드반드 및 라우터부루넨 슈첸바흐 캠핑장 예약 지원과 할인, 장비 대여, 인터라켄 카지노 무료입장 등이 제공된다. 또 그린델발트 터미널에서 린트초콜릿, Coop 등에서 10% 할인을 받으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천소현 에디터 홍은혜 기자 사진제공 융프라우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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