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계기로 日 무장 노골화..세계 3위 군사대국 노린다

강민경 기자 2022. 5. 3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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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략 중국에 의해 되풀이되면 안 돼..불안감 반영"
일본 적 기지 공격 능력, 전후 금기인 전수방위 원칙 해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쿼드 정상회의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한 일본이 중국에 경계심을 가지고 군비 증강과 군사태세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집권 8개월째인 기시다 총리는 집권 자민당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지만, 오히려 매파인 아베 신조 전 총리때보다 방위비 지출을 두 배 늘리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추진하는 등 방위태세의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에 미친 여파를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그랬듯,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간주하는 대만을 복속시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이미 올리려 했던 방위비, 러 우크라 침공으로 더 당위성 얻어

우크라이나에서 첫 총성이 발사되기 전부터 이미 집권 자민당은 보다 강력한 국방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안팎으로 올해 기준 5조4000억엔(약 53조2000억원)인 방위비를 5년 안으로 2배 인상해 그 비중을 2%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쓰루오카 미치토 게이오대 정책관리학과 부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국방비를 GDP의 약 1%로 유지하겠다는 비공식적인 약속을 포기하는 것은 지역 안보 환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증가하는 불안감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를 포함한 일본의 더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의 침략이 중국에 의해 아시아에서 되풀이되는 선례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할 때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열린 환영식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방위비 증강을 강력히 지지하는 이들은 자민당의 제안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사이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 지역의 동맹국들이 더 많은 안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고려해아 한다고 주장한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위력은 현재 국제 정세의 변화에 비추어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연말 발간되는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국방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일본 적 기지 공격 능력, '전수방위' 원칙 해체

이런 상황에서 패전 후 75년간 유지된 일본의 '평화헌법' 9조에 이목이 쏠린다. 현행 헌법은 전쟁을 포기하고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병력의 용도는 방어적인 역할로 엄격히 제한된다.

일단 자민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자위대의 반격 능력,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정부 문서에 명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디언은 이것이 또다른 전후 금기(禁忌)인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 원칙을 해체하는 것이며, 즉 일본을 공격할 준비가 된 적 기지에 반격을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이 따라올 수 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가디언에 "만약 일본이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지상 공격 작전을 감행하기로 결정한다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전통적인 헌법 해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아이캔(iCan)의 국제운영위원회 대표 가와사키 아키라는 "일본이 공격받기 전에 적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은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자민당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둬 개헌 찬성 세력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새 국면을 맞이한 만큼 일본이 경쟁국들에 뒤질 순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치시타 나루시게 도쿄 국립정책대학원 부원장은 "문제는 북한과 중국이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오늘날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 메인 프레스센터(MPC)에서 일본 자위대 대원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2021.7.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최근 아사히신문과 도쿄대의 여론조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에 드리워진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사 결과 64%가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찬성했고 반대 비율은 10%에 그쳤다.

또 지난 27~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적 기지나 군사 거점을 폭격기나 순항미사일로 공격해 파괴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에 대해선 찬성 비율이 60%로 반대(30%)의 두 배로 집계됐다.

자민당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이라는 표현이 주는 어감을 순화하기 위해 이를 '반격 능력'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이 군비를 증강하고 타격 범위를 확대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와사키 아키라는 "만약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군사비로 쓴다면, 일본은 세계 3위의 군사대국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며, 전후 헌법 하에서 일본 국민이 추구해온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와는 완전히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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