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동훈 전성시대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정의와 법치주의를 굳건히 하기 위해 용기와 헌신으로 일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에 많은 국민이 열광했다. 댓글도 6천여 개가 넘게 달렸다.
웬만한 정치인 이상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한 장관 현상의 원천은 무엇일까.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는 등 권력이나 재벌 수사에 주저하지 않는,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4차례나 좌천되면서도 할 말은 하는 모습에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정의로운 검사의 기백을 기대한 여론도 있다.
‘윤핵관’위에 있는 대통령 최측근, 소통령, 왕장관... 한 장관의 위상을 드러내는 세평들이다. 또한 한 장관을 견제할 세력은 당분간 정치권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의 장관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연이은 헛손질로 인해 장관 낙마는커녕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기 직전이다.
예상대로 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즉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세간의 예상대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는 특수통이 요직에 전면 배치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좌천됐던 검사들이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되었던 검사들은 한직으로 좌천되었다.
물론 이번 한 장관 인사는 추미애, 박범계 장관 시절의 인사와 비교될 성격은 아니다. 그 당시 검찰 요직에 중용된 검사들 대개가 능력보다는 노골적으로 정권 입맛에 부합하는 자세를 보여준 대가였다면, 이번 한 장관 출범 첫 인사 대상자들은 최소한 검사로서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판을 받던 자들이다.
그러나 검찰에는 특수부 검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생사건을 다루는 형사부 검사들이 있고, 기획부서나 공공수사부 검사들도 있다. “내부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고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형평 인사를 하여 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간청하고 사직한 김수현 전 통영지청장의 고언은 지난 정권에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망가뜨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회복하고자 하는 충정이 아닐까 싶다.
지난 24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령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직자 인사 검증을 위해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관리단을 신설하고 단장 아래 검사 4명을 포함해 최대 2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취지다. 우병우, 조국 전 민정수석의 수사를 맡았던 윤 대통령, 한 장관이 민정수석실의 폐해를 제거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검찰을 통제할 권한에 더해 한 장관에게 공직자 검증 권한까지 부여하게 되면 권력 집중이 우려된다. 정식으로 입법되기 전까지 면밀한 권력 통제방안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능력 없는 자, 수사받는 자, 자기 정치하는 자….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자들을 순서대로 비유한 것이다. 자기 편이 수사받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도입했고, 정권 수사를 한 검사들을 부당하게 좌천시켰으며, 서민 다중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경제사범 처벌을 위해 설립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 이들이 여론의 반발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사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권교체가 된 지분 중 이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한 장관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 정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장관이 잘하는 만큼 정권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지지율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는 한 장관으로서는 지난 정권 법무부 장관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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