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우리말]②삼귀다·만잘부..신조어 봇물에 '갸우뚱'

김미경 2022. 5. 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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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10명 중 6명 줄임말 일상적 사용
신조어 남용은 세대 간 소통 장애 우려
모르면 일각서 시류 뒤처진다 구세대 취급
무심코 사용하는 과도한 신조어 '부정적'
한류 열풍이 ‘한글’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한국 가요(K팝)를 듣는 것을 넘어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고무적인 현실에도 외국어 홍수와 온갖 줄임말, 혐오 표현으로 우리 국어 환경은 몹시 어지럽다. 무슨 뜻인지 모를 외국어의 범람은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알 권리를 막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말을 얼마나 알고, 잘 쓰고 있을까. 이데일리의 연재 기획 ‘반갑다 우리말’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외국어 남용 실태를 짚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개선하기 위한 기획 기사를 총 1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선배, 저는 회개리카노요.”

직장인 김모(45)씨는 후배들과 대화 도중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후배들이 일상처럼 사용하는 신조어들을 도통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회개리카노가 뭐냐”고 묻자 후배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마’(카라멜 마키아또)도 모르냐며 키득키득 웃었다. 후배에 따르면 회개리카노는 ‘과식한 것을 회개하며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이다. 이를 곧바로 알아듣지 못한 김씨는 시류에 뒤처진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삼귀다’(사귀다의 전 단계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다), ‘만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쿠쿠루삥뽕’(게임 용어로 비웃는 소리), ‘킹리적 갓심’(King+합리적+God+의심을 합친 말로 의심을 넘어 확신을 강조하는 표현) 등…. 신조어를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소통이 늘어나면서 신조어·축약어가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선 모르면 대화할 때 불편함뿐 아니라 자칫 시대의 흐름까지 놓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료=스마트학생복·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신조어(新造語)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을 뜻한다. 언어학적 측면에선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유행어처럼 쓰고 마는 신조어의 남용은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언어의 규칙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뿐 아니라 비슷한 연령대에서도 갈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어교육 전문가들은 “최근 신조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의 단순한 통용을 넘어 직장 내 특정집단만의 어휘체계를 구성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며 “자칫 세대 간, 집단 간 소통의 단절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조어의 출현은 막을 수 없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갈등과 문제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7년 20~40대 직장인 8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2%의 직장인이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조어 뜻을 이해하지 못해 검색해봤다’고 답한 20대도 96%에 달했다.

10대 청소년(중·고등학생 4809명) 10명 중 6명은 일상적으로 줄임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문도 나왔다. 사용 이유로는 ‘친구들이 사용하니까’(58%)가 가장 많았고, ‘긴 문장을 적는 것이 귀찮아서’(25%), ‘재미있어서’(10%), ‘유행에 뒤처질까 봐’(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신조어를 처음 접한 곳은 ‘SNS’(59%), ‘친구를 통해’(34%), ‘예능 등 TV프로그램’(5%)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조어의 남용이 더이상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굥정’, ‘석열하다’, ‘재명하다’ 등 일부 정당 열혈 지지자의 경우, 상대 진영 정치인을 조롱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신(조)어는 정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정적 의미 확정이 안 된 단어이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미디어나 보고서 등 공식적 매체와 자료에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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