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18년만에 증손주 봤다

"2004년 복원 이래 태어난 최초의 4세대"
증손주 1마리 포함 새끼 5마리 등 총79마리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 등 삶터 넓어져

지리산 반달곰 케이에프(KF)-94(왼쪽)와 이 개체가 지난겨울 낳은 새끼(오른쪽). 반달곰 야생방사 이후 최초로 태어난 4세대 새끼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에 야생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18년 만에 증손주를 봤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31일 “2018년에 태어난 케이에프(KF)-94가 지난겨울 새끼를 낳았다”며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을 시작한 이래 자연에서 태어난 최초의 4세대 새끼”라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동면굴 조사를 벌여, 겨울잠에서 깬 어미 곰이 새끼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을 육안과 무인감시카메라로 확인했다. 이 결과, 3마리의 어미 곰(RF-05, KF-47, KF-94)이 모두 5마리의 새끼를 출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어미 곰들이 낳은 새끼들의 암수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반달곰 관리번호 앞의 아르(R)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개체, 케이(K)는 한국에서 번식된 개체를 뜻한다. 에프(F)와 엠(M)은 각각 암컷과 수컷을 가리킨다.)

이번에 출산한 어미 곰 3마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개체는 지난 2004년 복원사업 첫해 러시아에서 들여와 방사된 아르에프(RF)-05였다. RF-05는 2009년부터 새끼를 낳아 올해까지 7번에 걸쳐 10마리를 출산했다. 이번에는 새끼 2마리를 낳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가슴곰의 평균 수명 25년에 견줘 18살에 노산을 했지만, RF-05는 새끼 양육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등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RF-05는 KF-52를 낳았고, 2018년 KF-52는 KF-94를 낳았다. 그리고 이번에 KF-94가 새끼 한 마리를 낳아 4세대를 이룬 것이다. RF-05는 이번에 직접 새끼를 2마리 출산한 동시에 증손주(KF-94의 새끼)도 보게 됐다. 이밖에 KF-47도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이번에 새로 태어난 새끼는 5마리에 이르렀다.

지리산반달곰의 선조 격인 아르에프(RF)-05(오른쪽)가 새끼(왼쪽의 원)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 RF-05는 올해 증손주를 봤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반달가슴곰은 79마리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수도산(경북 김천), 덕유산(전북 무주), 민주지산(충북 영동), 가야산(경남 합천) 등 덕유산 권역에서 4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수컷 성체로, 교미 시기에는 지리산 권역으로 복귀했다가 다시 덕유산 권역으로 가서 활동, 동면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4세대 출산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반달곰 보호에 힘을 모아준 지역 사회가 있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