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할 기회 달라".. 윤형선 "집권당 힘으로 예산 폭탄"

김현우 2022. 5.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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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계양역서 '나홀로 인사'
차량선 한명 한명에 절절한 호소
주민들, 음료·영양제 주며 응원도
출근길·상가순회 인사 등 강행군
"계양 25년과 25일 확연한 차이"
李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맹비판
더불어민주당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재명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 연합뉴스
“안녕, 이재명 아저씨예요. 1번, 1번 이재명이에요. 안녕.” 30일 오후 1시, 인천 계양구 병방동 양촌초등학교 정문에 더불어민주당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재명 후보 유세 차량이 지나가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미래 유권자들에게 이 후보는 연신 “안녕”이라며 자신을 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오후 1시부터 1시 45분까지 이 후보의 ‘골목 인사’ 유세 차량에 동승했다. “선거는 좀 어떤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힘들지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고 느낀다. 재밌는 일도 많다. 한번 타보시라”고 차량 동승을 제안했다.

이 후보의 골목 인사 유세는 시속 4㎞ 속도의 유세 차량에 탄 채,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유권자 한명 한명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이다. 이 후보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청우빌 주민 여러분” “A 미용실 사장님”이라고 유권자를 부르며 눈을 마주친 뒤 “제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오전에는 계산4동을, 오후에는 병방동과 임학동, 계산 1·2동 골목을 다녔다. 민주당은 그동안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로 재미를 본 바 있다. 중앙당이 지역별 통신량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유세 지점을 꼽아주면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훑는 이 후보의 선거운동은 이와는 거리가 먼, ‘구식’의 방법이다.

이날 만난 유권자 대다수는 이 후보를 알아보고 손인사를 하거나 유세 차량에 다가와 셀프사진을 찍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드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이 후보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몇몇 유권자는 “목 건강을 조심하라”며 마실 거리를 가져다줬다. 20여 분간 병방동을 도는 동안 이 후보는 생강을 달인 물과 자양강장제, 영양제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시민과 악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왼쪽)가 30일 계양구 계산4동 거리에서 유세차에 올라탄 채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인천=뉴스1
이 후보를 괴롭힌 것은 마이크다. 이날 오전 10시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회견이 잠시 지연됐다. 유세차에 오른 뒤에도 마이크가 말썽이었다. 이에 이 후보는 마이크를 끄고 유권자들을 향해 “제가 맞는 말 하면 박수를 쳐 달라”라며 흐름을 이어가는 한편, “마이크가 피곤한가 보다”라고 농담을 하며 유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이날 아침 7시부터 계양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유권자들을 홀로 만났다. 몇몇 유권자는 이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쳤다. 많은 지지자가 따라붙던 초기 유세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였다. 골목 유세 역시 수백명이 모여들던 지난 대선과는 달랐다. 캠프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따라붙으며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일이 있었다”라며 “더 진정성 있게 유권자와 만나려는 취지”라며 비공개 유세 이유를 설명했다.

이 후보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선거 날 쓰러질지는 몰라도, 지금은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와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1인 2역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허리 굽혀 대화 국민의힘 윤형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오른쪽)가 30일 계양구 경인교대 앞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상체를 숙인 채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뉴스1
◆윤형선은 ‘지역 발전’ 약속

“여기가 사람이 많은 곳인데….”

국민의힘 윤형선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30일 오전 계양구 계산2동의 한 상가 골목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혼잣말로 이같이 탄식했다. 점심시간 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이나 카페가 많았던 것도 한 이유지만, 폐업한 것으로 보이는 점포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윤 후보는 “이 부근은 가장 큰 현안이 재개발·재건축”이라며 즉석에서 지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종일 지역구 곳곳을 누비는 유세 총력전을 폈다. 오전 6시부터 인천지하철1호선 임학역 거리 인사를 시작으로 출근길 인사와 인근 상가 순회인사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투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말을 건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데면데면 지나치는 시민도 있었지만 윤 후보에게 “꼭 당선되세요”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같은 ‘덕담’을 해주는 이들도 적잖았다.

빽빽한 일정 탓에 윤 후보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감돌았으나, 행인들에게 다가갈 땐 미소와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윤 후보는 영업 중인 상점들에 들어가서 점주·손님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제가 지난 두 차례 총선에 출마한 걸 잊지 않은 분들도 계시고, 그 전에 병원에 방문했던 분들도 꽤 된다”며 “요즘은 뉴스에도 종종 나와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30일 인천시 계양구 임학사거리에서 두 손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네 의사’로 25년간 계양을 지킨 윤 후보는 그간 ‘무명 정치인’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여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된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대결 덕분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선 후보였던 이 후보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이 아닌 계양을에 공천하자 윤 후보를 ‘맞수’로 내세웠다. 윤 후보가 잇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예상 밖 접전을 벌이자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 이 후보가 꺼내 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윤 후보는 “‘계양 25년’과 ‘25일’의 차이가 여기서 나타난다”며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고민, 책임감이 하나도 없는 공약”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계양시니어클럽과 계양다문화센터 방문을 마친 뒤 관련 질문에 “김포공항 이전은 이미 대선 때 우리 당이나 민주당 모두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공약에서 빠졌는데, 불과 두 달 사이에 가능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렇게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지역 토박이’의 공약으로 계양구에 있는 귤현 탄약고 이전과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연결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집권여당의 힘으로 계양에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오후에도 도보로, 또는 유세차를 타고 지역 곳곳을 샅샅이 누비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저녁엔 재향군인회 회장단과 면담한 뒤 다시 유세차에 올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인천=김현우·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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